현대·기아자동차 노조 현장노동직 일부가 금속노조의 '일자리연대 기금' 조성 시도에 대해 "조합원 동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 내부에서도 사실상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일자리연대 기금의 현실성은 더 떨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현대차의 현장노동조직 '참소리'는 대자보를 통해 '"내 돈 가지고 지들이 생색?"'이라는 제목과 함께 "승소하더라도 그 돈은 조합원 개인의 것이지 노동조합의 것이 아닌데 아무런 동의 절차나 이해 노력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금을 조성한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조직은 또 "금속노조가 말하는 통상임금 체불 분 2500억원은 금속노조 산하 모든 지부가 100% 승소하고 모든 체불임금을 다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통상임금 소송 상황을 보면 2심까지 우리가 사실상 패소했다"며 "금속노조의 발표에 일말의 기대를 가졌을 국민이 이런 진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런 일들이 노동조합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사회적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원인"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기아차 노조 내부 조직인 '더불어한길'도 "조합원 공론화 과정을 통한 절차적 합의 없는 비민주적 집행태도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지난 20일 금속노조는 노사가 절반씩 부담해 일자리 연대기금 5000억원을 조성하고 이어 매년 200억원씩 추가로 기금을 적립해 고용 등 일자리 나눔에 쓰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현대차그룹 소속 조합원이 9만3627명이고, 이들이 받지 못한 연월차·시간외수당 등 임금채권 액수가 2100만∼6600만원이라고 추산했다. 이를 재원으로 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임금 체불분은 존재하지 않고 현대차의 노사간 소송의 경우 2심까지 사실상 회사 측이 승소했는데 임금체불 분으로 기금을 조성한다는 주장은 실체 없는 돈으로 생색내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노조 전체 의견은 아니지만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금속노조의 입지는 더 좁아질 전망이다. 법원이 임금체불을 인정해 현대차가 대법원에서 2심까지의 결과를 뒤집고 승소하고 기아차가 1심에서 승소해 돈을 돌려받더라도 내부 조합원들이 이를 내놓는데 반대한다면 기금 조성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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