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기존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 이번 사망진단서 수정과 관련해 서울대병원은 "정치적 변화 때문에 수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사망원인도 바뀐 모양세여서 논란이 거세다.
서울대병원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윤리위원회를 열어 그 동안 논란이 됐던 고 백남기 농민의 최종 사망원인을 수정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면서 "올해 초부터 사망진단서 수정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졌고 그 결과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하고 사망 원인도 '심폐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을 대신해 발표에 나선 김연수 부원장은 "이 자리를 빌어 서울대병원이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고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며 "정권이 바뀌어 사망 원인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백남기 농민은 2015년 11월 광화문 근처에서 집회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쓰러진 뒤 서울대병원에서 317일간 투병 끝에 지난해 9월 사망했다. 당시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병사'로 기록해 유족과 시민단체 측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병원 측은 이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를 조사했지만 사망진단서 작성은 '주치의 고유권한'이라는 이유로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백선하 교수는 지난해 11월 신경외과 과장직에서 보직 해임됐다.
이번 사망진단서 수정과 관련해 의료계와 온라인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의료계 인사는 "그 동안 사망진단서 작성은 주치의 고유권한이라고 우기던 서울대병원이 문재인 정부들어 일단락됐던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변경한 것은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면서 "외풍에 흔들리지 말아야할 국내 최고의 병원인 서울대병원이 정권에 따라 사망원인이 다르다고 밝힌 것은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네티즌은 "박근혜 정부시절에는 사인을 병사로 했다가 문재인 정부들어 외인사로 변경한 것은 한심하다"며 "병사처리를 담당했던 담당 의료진을 전면 재수사하여 한점의 의혹없이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발표로 백씨의 사인이 바뀐 만큼 경찰이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를 착수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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