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을 이용해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생물학적 방법으로 산업 화학물질의 대량생산 길을 열어 주목된다. 4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은 최근 대장균을 이용해 폴리에스터 섬유 등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테레프탈산을 생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에 최근 게재됐다.
테레프탈산은 페트병의 주원료로 각종 병류나 전자용품에 응용되는 화합물이다. 이를 생합성한다는 건 생물체에서 세포 작용으로 유기물질을 합성하는 걸 말한다. 이 성질을 이용하면 공업적으로 여러 물질의 선택적 합성이 가능하다.
현재 테레프탈산은 산업적으로 화학공정을 통해 제조되고 있지만 이러한 공정은 에너지 소모가 많고 유독성 촉매를 사용함으로써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대장균을 통한 테레프탈산 생산은 친환경적 방법으로 지금보다 더욱 높은 생산효율을 나타낼 수 있다.
연구팀은 합성수지 원료인 '파라자일렌'을 테레프탈산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야생형 균주에 관한 초기 연구를 기반으로 파라자일렌을 테레프탈산으로 생체전환하기 위한 합성 대사경로를 설계했다. 새로 제작된 경로를 통해 파라자일렌으로부터 테레프탈산을 생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부산물이 축적되는 문제점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사 경로에 인위적으로 도입된 새로운 유전자 발현 정도를 다르게 조절함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 생물학 기반 테레프탈산 생산 기술은 망간이나 고체 인산과 같은 중금속 촉매를 비롯해 독성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어서 친환경적이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탄화수소를 화학공정 없이 전환할 수 있는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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