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 A사는 최순실 사태가 터진 후 투자 유치를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핀테크 기술력을 인정해 20억원 투자를 약속했던 벤처캐피털이 결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최순실 사태로 인해 창조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멀쩡한 스타트업들까지 미심쩍게 보는 경우가 많다”며 “세계 각국에서 기술 선점을 위해 스타트업들이 경쟁적으로 커나가는데, 유독 우리는 정치적인 이유로 불안해하는 상황이 어처구니 없다”고 토로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확산되면서 한때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상징으로 통했던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게다가 국가 예산은 물론 서울.전남 등 지자체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매일경제가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기업 7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최순실 사태 후 센터 폐지 등 미래 불안감(36%), 이미지 하락(22.7%), 지원 감소(21.3%), 투자유치 차질(5.3%)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스타트업들은 그러나 최근 사태에도 불구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더 확대(62.7%)하거나 적어도 현 수준을 유지(36%)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국민대 글로벌 벤처창업대학원 원장은 “4차 산업혁명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를 정치권에서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정부 주도의 창업 생태계 조성은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는 혁신센터들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 주한 핀란드무역대표부 김윤미 대표는 “정부가 대기업을 옥죄 인위적으로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한국과 달리 핀란드는 민간 위주 자생적 창업 생태계 조성으로 더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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