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감기에 걸린 어린이에게는 항생제를 처방하지 말라는 정부 공식 지침이 처음으로 나왔다.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고 내성을 가진 돌연변이 세균 발생을 막기 위해서다.
질병관리본부는 10일 ‘소아 감기(급성 상기도감염) 등에 대한 항생제 사용지침’을 처음 발표했으며 의료단체 학회 등과 협력해 병·의원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기는 대부분 코 목 등 상부 호흡기가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 증상으로 세균 감염 치료에 사용하는 항생제를 처방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감기 항생제 처방률은 지난 2014년 기준 44%로 2002년 73% 대비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호주(2009~2010년 32.4%) 대만(2005년 39%) 네덜란드(2008년 14%)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높다. 특히 소아과 외래 환자의 항생제 처방 가운데 75%가 단순 감기 치료 목적으로 행해지고 있어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르면 급성 인두·편도염의 경우에도 A군 사슬알균이 원인으로 확인된 경우에만 항생제로 치료하고 급성 부비동염도 바이러스성이 아니라고 판단될 때만 항생제를 처방하도록 했다. 급성 후두염이나 크룹(폐쇄성후두염)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이어서 자연적으로 치유되므로 항생제를 처방할 필요가 없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오는 14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과 올바른 복용법을 알리기 위한 ‘항생제 바로쓰기 운동본부’ 발대식을 개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부터 11월 셋째주를 세계 항생제 인식 주간으로 정하고 국가별 항생제 내성 예방 캠페인을 벌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올해 5월 발표된 영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 명이 내성균에 의해 사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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