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볼트(Volt)가 렌터카로 달린다. 한국GM은 개인 판매 이전에 렌터카와 카셰어링 시장을 먼저 공략해 PHEV에 대한 떨어지는 인지도와 선호도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볼트는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89km로 일반 PHEV의 두 배에 달해 미국에서는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다.
한국GM은 PHEV 모델인 볼트를 롯데렌터카에 20대 이상 공급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롯데렌터카는 조만간 볼트의 렌터카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국내 렌터카 업체 가운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운영하는 곳은 있어도 PHEV를 운영하는 곳은 없었다.
한국GM은 기존에 카셰어링 업체 쏘카와 그린카에 차량 공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거기에 이어 롯데렌터카에 공급을 진행하는 것은 개인 판매에 앞서 PHEV 인지도를 높이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용 시간 결정이 하루 단위로 이뤄지는 렌터카 업체나 10분 단위로 이뤄지는 카셰어링 업체를 통해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번에 롯데렌터카에 공급될 볼트는 제주도 지역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탄소없는 섬’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친환경차 정책을 추진 중인 제주도는 서울 등 다른 도시에 비해 완속 충전기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PHEV를 체험해보기에 유용하다. 롯데렌터카는 이번에 투입되는 볼트의 운영 실적에 따라 향후 구매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 연료와 외부 충전 전기를 함께 사용한다는 개념의 생소함과 국내 보조금 문제 및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국내 시장에서 PHEV는 좀처럼 기를 못 펴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PHEV가 141대 팔리는 동안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그보다 212배 많은 2만9920대가 판매됐다. 두 나라 자동차 내수 시장 크기 차이(9배)를 고려하더라도 격차가 상당히 크다. 전기 주행 거리를 고려하지 않은 보조금 지급 방식, 불완전한 연비 표기 방식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GM은 올 하반기에는 렌터카와 카셰어링을 통해 PHEV 인지도를 높인 뒤, PHEV 경쟁이 본격화될 내년 무렵 개인 고객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올해 말 현대차가 아이오닉 PHEV 모델을, BMW가 뉴 X5 x드라이브 등 3종의 PHEV를, 벤츠가 S클래스의 PHEV 버전을 출시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PHEV 시장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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