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7’에 대해 사용·충전을 중단하라고 강력 권고한 데 대해 한국 정부는 오락가락에다 미온적 대처로 일관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계획에 없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항공기에서는 갤럭시노트7 전원을 끄고 충전하면 안 되며 위탁수하물로 부치는 것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 공항운영자에게는 이런 권고사항을 승객에게 안내하고 수하물에 대한 보안검색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루 전인 9일만 하더라도 국토부는 삼성전자로부터 결함 원인 설명을 들었지만 갤럭시노트7 기내반입이나 충전을 금지하거나 항공기에서 전원을 끄도록 하는 등 추가 조처를 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지난 9일(현지시간) 갤럭시노트7 사용·충전을 중단하라고 권고하는 등 각국에서 사용중지 권고가 이어지자 하루만에 입장을 바꿨다. 국토부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결함으로 화재까지 이어진 경우가 없고 기내에서 승객이 소지하고 있을 때는 즉각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승객 안전을 더 고려해 권고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제품안전기본법에 의거해 리콜 명령 권한을 지닌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도 삼성전자에게 책임을 맡긴 채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표원은 삼성전자로부터 지난 9일 제품 수거 등(리콜)의 계획서를 제출받았지만 미국과 달리 국내 소비자에게 별도로 사용중지 권고를 하지 않은 상태다. 기표원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현재 자발적 리콜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해당 업체를 통해 사용 중단 권고를 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계획서에는 삼성전자가 어떤 사유로 리콜을 결정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이행할 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다. 기표원은 계획서 제출에 따라 이달 하순경에나 자문위원회를 꾸려 사후 대책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살피고 미흡할 경우 보완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다.
[고재만 기자 / 서동철 기자 /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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