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쌀을 뜻하는 한자어인 ‘미(米)’를 파자하면 ‘8·10·8(八十八)’이 되는 데다 쌀을 생산하려면 88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그같이 지정했다. 올해 제2회 쌀의 날을 맞았지만 쌀 소비는 여전히 위축돼 있다.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가 발간한 ‘NH 축경포커스’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62.9㎏으로 1970년 136.4㎏보다 54%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1인당 우유 소비량(77.6㎏)보다도 적다. 반면 지난해 1인당 육류 소비량은 평균 47.6㎏으로 1970년 5.2㎏ 대비 9배 이상 증가했다.
서구화된 식습관 탓에 뒤로 밀려난 쌀이지만 최근 이 쌀이 다양한 디저트로 부활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쌀치킨이다. 양념에서 바비큐, 간장, 오븐치킨으로 진화한 국내 치킨 메뉴 가운데 최근 튀김옷으로 밀가루 대신 쌀을 입힌 쌀치킨이 주목 받고 있다. 쌀치킨은 밀가루로 튀겼을 때보다 더 담백하고 바삭한 맛을 낸다. 현재 ‘쌀통닭’이나 ‘쌀민족쌀치킨’ ‘맛닭꼬’ ‘땡큐맘치킨’ ‘쌀쌀맞은닭’ 등 10여 개 치킨 브랜드가 햅쌀 곡물이나 현미 등을 튀김가루로 쓰며 성업 중이다. 이들은 대체로 지난해 말부터 생겨나기 시작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최근 치킨 시장에 무항생제 사료를 먹인 닭이나 식물성 기름, 쌀·통곡물로 만든 튀김옷을 사용하며 웰빙치킨을 표방하는 제품이 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진 치킨 업계가 고급 재료나 성분을 써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도 쌀을 이용한 제품 출시를 늘리고 있다. 크라운제과는 지난 4월 쌀과 함께 옥수수와 통밀 등 곡물로 만든 웰빙과자 ‘라이스쿠키’를 내놨다. 이 과자는 전통 간식인 누룽지 맛과 식감을 살렸다. 쌀을 기름 대신 압력으로 튀기는 ‘퍼핑’ 기술을 이용해 바삭한 식감을 극대화했다. 단맛을 강조한 기존 쿠키 제품과 달리 성인은 물론이고 청소년·유아용 과자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라이스쿠키는 그 동안 주로 중·장년층에서 사랑 받아온 쌀과자를 젊은 고객층으로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의 유아식 전문 브랜드 ‘맘마밀 요미요미’도 기름에 튀기지 않은 떡을 건조해 만든 과자인 ‘유기농 쌀떡뻥’을 지난 6월 새로 선보였다. 유기농 쌀에 아기 성장 발달에 필요한 국내산 채소를 여러 맛으로 담아 선택 폭을 넓혔다.
CJ제일제당은 올해 2월 쌀로 만든 푸딩인 ‘쁘띠첼 라이스 푸딩’을 개발했다. 기존 푸딩이 치즈나 크림 등 서구식 디저트였다면 이번 제품은 쌀을 바탕으로 푸딩을 만들고 그 위에 현미와 고구마, 단호박 등 우리 입맛에 익숙한 재료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제품은 CJ그룹 신입사원들이 참가하는 아이디어 공모대회인 ‘온리원 페어’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제조돼 눈길을 끌었다.
쌀과 떡을 이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디저트 매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답례떡 전문 브랜드 ‘떡담’으로 잘 알려진 라이스파이의 신규 매장 브랜드 ‘메고지고’는 떡 카페로 명성이 높다. 이곳에서 파는 대표 메뉴인 ‘컵 설기’는 백설기와 완두콩, 팥고물을 컵에 담은 형태다. 6가지 쌀가루 베이스와 속재료, 토핑을 선택해 ‘나만의 떡 디저트’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6가지의 속 재료, 3가지의 토핑을 준비, 이 중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재료를 선택하여 1분만에 나만의 설기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아식 수제 젤라또를 판매하는 ‘젤라띠젤라띠’ 매장은 최근 이천쌀로 만든 젤라또를 내놓고 있다. 젤라또를 먹으며 쌀알이 톡톡 터지는 식감을 느낄 수 있어 이 매장 베스트 메뉴로 손꼽힌다.
쌀 소비는 줄지만 1인가구 증가로 집에서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냉동밥 시장은 크게 활성화하고 있다. 국내 냉동밥 시장 규모는 2012년 89억원에서 2013년 처음으로 100억원을 훌쩍 넘어섰고 2014년 214억원을 거쳐 지난해 300억원대로 올라섰다. 매년 50%에 가까운 성장세다. 올해 1월에만 38억원 이상 시장 규모를 형성해 올 연말까지 연간 400억원 돌파도 무난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밥이나 떡에만 이용되던 쌀이 이제는 다양한 외식 메뉴나 디저트에까지 활용되면서 ‘쌀은 곧 밥’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며 “위축된 쌀 소비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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