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8시 33분께 울산 동쪽 52㎞ 해상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우리 나라도 결코 지진으로 인한 대재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시 울산 지역 전역에서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지진파가 한반도를 통과했을 뿐만 아니라 진원지(지진이 발생한 지역)로부터 300㎞ 이상 떨어진 인천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과거 한반도에서 발생했던 지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에 피해가 적었지만 이는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지진은 한반도 주변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지진의 형태로 지표면 얕은 곳에서 발생했다. 지표면 깊숙한 곳이 아닌 얕은 곳에서 지진이 발생할 수록 그 강도는 더 세진다. 결국 이번 지진도 지상에서 떨어진 얕은 해양에서 발생했으니 다행이지 시작지점이 육지였다면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언제든 큰 지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내륙은 물론 해양지역에 대한 단층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구의 겉부분을 감싸고 있는 지각판은 13개로 나뉘어 있다. 이 지각판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두개 이상의 지각이 충돌하면 그 지역에 ‘응력(스트레스)’이 쌓인다. 응력이 쌓이다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지각이 부러지면서 지진이 발생한다. 기다란 막대기를 양쪽에서 힘을 줘 누르면 어느순간 부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번 지진은 지표로부터 9~11㎞ 아래에서 발생했다. 비교적 얕은 곳에서 일어난 ‘천발지진’이다.
천발지진은 한반도와 같이 대륙판의 중심부에 위치한 지역에서 자주 발생한다. 지각판은 크게 대륙판과 해양판으로 나뉘는데 대륙판은 흔히 우리가 육지라고 부르는 지역으로 한국과 중국이 속한 유라시아판, 북미판 등이 해당한다. 해양판은 주로 바다 밑에 있는 지각으로 태평양판, 대서양판 등이 포함된다. 선창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재해연구실장은 “한반도의 지각은 중국과 일본을 받치고 있는 판이 양쪽에서 밀면서 생기는 응력 때문에 발생한다”며 “일반적으로 얕은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천발지진은 얕은 곳에서 발생하는 만큼 도심 지역에서 일어날 경우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중국 쓰촨성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지진은 12km 깊이에서 발생해 200여명이 사망하고 건물의 상당수가 무너져 내렸다. 5일 울산지진은 더 얕은 곳에서 발생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규모 5.0의 지진이 땅속 5㎞ 부근에서 발생한다면 현재 우리나라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진 규모가 작더라도 땅속 100km에 일어나지 않고 10km에서 발생하면 인간에게 미치는 피해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 지진이 조금만 남쪽으로 더 치우쳐진 지역에서 발생했다면 더 큰 지진이 이어질 수 있을 뻔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울산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지역에는 수백 km의 단층대가 연결되어 있는 ‘쓰시마·고토 단층대’가 존재한다. 한번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는 단층이 발생한다. 지층에 균열이 생겼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취약한 지역이 됐기 때문에 한번 지진이 발생하면 수차례 여진이 오거나 아니면 올 4월 일본 구마모토지진처럼 더 큰 본진이 뒤따르는 경우도 있다.
홍 교수는 “지진의 크기는 단층면의 면적과 비례한다”며 “이번 지진이 쓰시마·고토 단층대에 영향을 미친다면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선 실장은 “이번 지진은 다행히 쓰시마·고토 단층대와 수십 km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추가 발생 위험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지진으로 앞으로 발생할 대지진의 전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규모 5.0의 울산지진 발생 뒤 이보다 작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는 이보다 작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도 수차례의 미세 지진이 발생했다. 선 실장은 “5.0의 지진이 발생하고 이보다 작은 2.6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5.0의 지진이 ‘본진’이며 이후 발생한 것이 ‘여진’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처럼 판의 내부에 위치한 지역은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져 왔다. 그만큼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단층 조사나, 지진 예측 기술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써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판의 중앙에서도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 1976년 중국 탕산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은 판의 가운데 지점에서 발생했는데 당시 23초간의 진동으로 20만여 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2011년 소방방재청이 조사한 결과 규모 6.5의 지진이 서울에서 발생할 경우 사상자 수 3만 7000여명에 달하고 23만여 가구가 파손될 것으로 나타났다. 땅속 15km 지역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해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를 갖추도록 의무화되어 있지만 이 법이 제정된 것은 1988년이다. 많은 건물이 이전에 지어진 만큼 약한 지진에도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내륙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도 원자력발전소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만 진행됐다. 선 실장은 “한반도 내륙에 존재하는 활성단층도 정확히 조사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반도 인근 지역 지질조사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도 “지진은 일본과 같은 판의 경계면에 위치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꾸준한 연구와 조사가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