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정부를 향해 사실상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한은 내부에서는 올 상반기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이 종료될 경우, 하반기 성장률이 약 0.2%포인트 인하되는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이 어렵고 재정도 함께 가야한다”면서 “추경 편성은 정부가 판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상반기에는 예산 조기 집행이 성장률을 어느정도 뒷받침했다”면서 “하지만 하반기에는 재정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이 총재는 “IMF 연례협의단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췄으니 이번에는 정부가 추경으로 경기를 함께 부양해야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추경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재정 역할 확대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내년도 예산안 편성 심의 과정이 진행중”이라며 “올해 추경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정부는 구조조정 대책을 발표하면 당장 시급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쓰일 올해 현물출자 1조원 외에 필요한 부분은 내년 예산에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대신 올해 하반기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이달 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공기업 투자확대, 신산업과 서비스업 등 금융 및 세제 지원 확대, 하반기 예산 집행률 제고 등을 담을 계획이다.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간부문 활력이 미약한 것은 경기 요인과 함께 공급과잉 및 과도한 규제에 따른 투자부진, 주력업종의 산업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는 우리 경제를 재도약시킬 수 있는 근본적 처방은 구조조정과 산업개혁 뿐이라는 엄중한 인식하에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시영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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