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등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정용 테칸(TACAN)을 개발하는데 성공해 기술독립과 국산화 시대를 열게됐다.
노르웨이와 덴마크, 이집트 공군에서도 관심을 나타내 미국과 프랑스가 양분하고 있는 고정용 테칸(TACAN) 시장에서 진검 승부가 예상된다.
한국공항공사(사장 성일환)는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내 처음으로 고정용 TACAN 성능적합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8일 밝혔다.
고정용 TACAN(TACtical Air Navigation)은 항공기에 방위각·거리정보를 제공하는 전술항법장치로 ‘하늘의 등대’로 불린다. 국내에는 대구·부산·제주 등 7곳의 항공무선표지소와 공군비행단 12곳에 설치돼 있다.
모두 외국산 장비인데 공사는 국산화를 위해 3년 5개월 동안 24억 원을 투입해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공사가 자체 개발에 성공한 고정용 TACAN는 신호를 발생하는 주장비 그룹과 전파를 공중으로 쏴주는 안테나로 구성돼 있다. 주장비는 100% 우리 기술로, 안테나는 미국 란텍(Rantech)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업그레이드 했다.
고정용 TACAN 뿐만 아니라 이 제품을 어디에 설치하면 좋은지 판단을 도와주는 시뮬레이터까지 개발해 제품을 구입하고 입지를 선정해 설치까지 도와주는 토털 솔루션이 가능하도록 했다. 시뮬레이터는 고정용 TACAN에서 보내는 전파를 항공기가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기술적으로 판단해 제공한다.
공사는 이렇게 개발한 고정용 TACAN 테스트 장비를 청주공항에 설치해 2년 동안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후 국토부 지정 검사기관인 항공안전기술원의 성능검사에 최종 합격해 외국산 제품에 의존하던 항행안전시설을 국산화하기 위한 최종 단계를 통과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군 항공기의 전술항법장치는 전략적 수출입 제한품목으로 제한돼 외교관계에 따라 도입 가능성이 널을 뛰는데, 이번 증명서 발급으로 군 전략 품목 자립화도 이끌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공사가 개발한 고정용 TACAN은 미국 무그사(Moog)와 프랑스 탈레스사(Tales)가 양분한 고용정 TACAN 시장에서 품질과 가격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당 12억 원 정도인 이들 외산 제품에 비해 공사의 고정용 TACAN은 10억 원에 불과하고,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와 FAA(미국 연방항공청) 기준, 국내에 도입돼 있는 외산제품의 장단점을 반영해 품질도 우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노르웨이와 덴마크, 이집트 공군이 장비 제원과 가격 등을 요청하며 공사가 개발한 고정용 TACAN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현재 국내 약 23개소에서 고정용 TACAN을 전량 외산장비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번 국산화로 외화 유출 방지는 물론 수출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자주국방과 대한민국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도 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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