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진통을 겪어온 현대상선의 용선료 조정 협상이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현대상선이 밝혔다. 이로써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기로에 서 있었던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 절차 진행 여부는 31일부터 내달 1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30일 산업은행과 현대상선은 “그 동안 해외 선주 22곳과 용선료 재조정 협상을 진행한 결과 용선료 조정에 대해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며 “조속한 시일 내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현대상선은 해외 선주사들에게 지불하는 연간 1조원 가량의 용선료 비용이 회사의 수익인 운임을 웃도는 역전 현상 지속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지난 3월 29일부터 3개월간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이번 자율협약은 용선료 재조정과 사채권자 금리인하·만기연장 등 비협약채권단의 경영정상화 지원을 전제로 산업은행과 농협, 신용보증기금 등 협약채권단 9곳이 금리인하·만기연장을 유지한다는 조건부 자율협약이다.
선주사에 이어 사채권자까지 현대상선 경영정상화 지원에 동참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국제 해운 얼라이언스 재가입 등 향후 일정은 무난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건은 이틀간 열리는 5건의 사채권자 집회에서 사채권자들이 현대상선 용선료 재조정폭을 수긍하느냐 여부다. 사채권자와 협약채권자의 희생을 감안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목표로 삼아온 용선료 인하폭은 28.4%였는데 실제 용선료 인하폭이 이를 현저히 밑돌 경우 사채권자의 경영정상화 지원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사채권자들은 이틀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빌딩에서 열릴 사채권자 집회에서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사채 8043억원어치에 대해 많게는 연 이율 10% 이상의 금리를 1%로 낮추고 사채 권면액의 50% 이상을 출자전환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사채권자집회에서 그 동안의 용선료 협상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진호 기자 / 이승윤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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