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이 향후 2년간 필요한 부족 자금이 약 1조 2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올해에만 6700억원 규모의 부족자금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3개월간의 한진해운 실사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과보고서를 지난 3월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진해운이 지난 25일 내세운 자구안은 41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상반기에만 4500억원의 부족자금이 발생한다.
채권단의 전향적인 지원 없이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상태에서도 부족자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이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한진해운 측은 시황이 회복기에 있기 때문에 단기 유동성 지원 등 금융권이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채권단은 추가적인 자금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최대주주인 대한항공 마저 지원을 거부한 상태에서 자율협약의 원칙에서 벗어난 추가자금지원은 분명히 없을 것”이라며 “현대상선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자금지원은 단 한푼도 없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 측에 4개월 내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자율협약이 지속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율협약에 들어가더라도 실사기간을 포함해 길어야 4개월 안에 용선료 협상 타결 등 경영정상화가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3개월간 진행됐던 삼일회계법인 실사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해운과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
실사보고서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게 된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한진해운 측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자율협약에 들어가지 않을 경우 올해 말까지 약 1조원 정도의 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자율협약에 따른 자구계획을 진행하더라도 약 6700억원의 현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진해운은 산업은행 측이 지난 25일 제출한 자율협약 신청서를 보완하라고 주문함에 따라 용선료 협상 계획 등을 구체화한 보완 대책을 29일께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주요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에 대해서 협의가 있었기 때문에 협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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