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공동 연구팀이 고온 초전도체 작동원리의 핵심인 전자쌍 밀도파를 원자단위에서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초전도체는 매우 낮은 온도인 절대온도(영하 273도)에서 전기저항이 없어지는 초전도현상이 나타나는 도체(전기나 열이 잘 통하는 물체)를 의미한다. 전기저항이 없다보니 초전도체로 전력선을 만들 경우 송전과정에서 전력 손실을 없앨 수 있다. 초전도체는 자석 위에 붕 뜨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자기부상열차에 활용하기도 한다. 의료기기인 MRI에도 초전도체가 사용된다.
이같은 초전도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BCS 이론’이다. 상온에서 전자들은 혼자서 제멋대로 돌아다니는데 극저온 상태가 되면 전자들이 짝을 이룬 ‘전자쌍(쿠퍼쌍)’이 만들어진다. 전자일때는 이동에 제약이 있지만 전자쌍을 이루게 되면 장애물이 있더라도 거침없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초전도체가 전기저항이 없는 이유다.
다만 이 이론은 여전히 영하의 온도긴 하지만 영하 273도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고온에서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는 ‘고온 초전도체’ 현상을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고온 초전도체의 경우 초전도체에 좀 더 상온에 가깝다보니 제어가 쉬워 실용화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고온 초전도체를 구현하려면 그 구조(전자쌍의 분포)에 대한 이해가 필수였다.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이진호 교수(기초과학연구원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연구위원) 연구팀과 미 코넬대 연구팀은 주사터널링현미경과 조셉슨 효과를 이용해 고온 초전도체 내 전자쌍의 분포를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성과는 14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이진호 교수는 “극저온에서 전자들이 쌍을 이루는 것은 무도회장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도회장에 초대된 사람들은 음악이 흐르기 전까지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각자 사람들을 만나서 잡담을 나눈다. 어느 순간 음악이 흐르면 사람들은 남녀 짝을 지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무질서하게 돌아다니던 사람들(전자들)이 음악이 흐르는 것(극저온을 만들어주는 것)과 동시에 남녀 짝(전자쌍)을 이루어 춤을 추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극저온상태에서 전자쌍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알려져있었지만 이를 원자 해상도에서 직접 관찰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가장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고온 초전도체도 영하 133도”라며 “초전도체를 상용화하려면 이보다 좀 더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체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송전, 자기부상열차 외에도 초전도체가 의료기기에 더 많이 활용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대량생산할 수 있다면 MRI와 같은 대형 의료기기를 소형화해 집집마다 치매 검사장비 등으로 보급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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