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투자를 뜻하는 총고정자본형성 비중이 3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7년만에 가장 낮았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가 한꺼번에 움츠러든 것이다.
3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 비중은 29.1%로 전년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976년 26.4% 이후 3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총고정자본형성이란 산업 부문과 정부 서비스생산자, 민간 비영리서비스생산자가 고정자산 추가를 위한 쓴 돈을 의미한다. 고정 자산 가운데 토지나 중고품 구입은 빠지고 장치·설치 취득 비용이나 취득세·등록세 등 부대 비용이 포함된다. 사실상 기업 투자 지표나 마찬가지다.
GDP대비 총고정자본형성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31.4%를 찍은 이후 7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설비 투자 감소는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2월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 보다 7.5% 줄어 감소 폭이 1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이 15개월 연속으로 줄면서 기업들이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를 꺼려하고 있는 대목이다. 반면 재고는 늘어나고 있다. 올해 1월 제조업 재고율은 128.5%로 2008년 12월 129.5%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투자 위축 추세는 은행 잔고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이 국내 은행에 예금한 잔액은 348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8.3%인 26조 7000억원 늘어났다. 기업의 은행예금 증가율이 2014년 3.4%인 점을 고려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11년 10.5% 기록한 이래 4년 만에 최고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과 경쟁 심화 등으로 제조업 경기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기업이 투자 여력이 있어도 투자를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소비는 본격적인 회복 조짐이 없다.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9.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1998년 48.3% 이후 최저 수준이다. GDP 대비 민간소비는 2012년 51.4%에서 2013년 50.9%, 2014년 50.3% 등 연속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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