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여기서 이러면 안되지 말입니다.”
직장인 최 모씨(49)는 얼마전 고등학생인 딸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했다가 위와 같은 문자를 받았다. 주변에서 페이스북 얘기를 많이 하길래 최근 이를 시작한 최 씨는 지인들을 중심으로 친구 확보에 나섰다. 문득 딸 아이의 페이스북 내용이 궁금해진 그는 딸을 검색해 친구 신청을 했지만 보기좋게 퇴짜를 맞은 것이다.
최 씨의 딸은 “아빠의 친구 신청을 받아들이고 나면 친구들과 편하게 한 이야기들을 아빠가 보게 되서 싫다”며 “우리만의 자유로운 공간이 침해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하는 강 모 씨(45)는 페이스북 친구 관계인 중학생 아들의 페이스북에 최근 아무런 내용도 게시되지 않는 것이 궁금해졌다. 강 씨는 페이스북에 아들이 올린 글을 통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들의 고민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게 되어 그동안 안심이 됐었다. 한동안 아들의 페이스북 활동이 잠잠하길래 이리저리 인터넷을 통해 찾아본 결과 아들이 페이스북 활동을 접고 사진·동영상 기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을 주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강 씨의 아들은 “우리 세대가 쓰는 페이스북을 아빠 세대도 쓴다는 것은 이미 페이스북이 구식이 됐다는 얘기”라며 “어른들은 제발 밴드나 카카오스토리에서 멈춰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전세계 15억명의 인구가 사용하는 페이스북이 최근 색다른 성장 고민에 빠졌다. 많은 사용자가 유입되면서 게시글이 활발하게 올라오는 것은 좋지만 사용자 수 증가 못지 않게 이탈하는 사용자 수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특히 페이스북의 주요 광고 타겟층인 10~20대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자신들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페이스북의 사용연령이 넓어지면서 보다 차별화된 공간으로 이동중이다. 특히 간단한 게시글이나 사진, 동영상 등을 편하게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램으로의 이동이 활발하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국내 인스타그램 월간활동사용자(MAU)가 600만명을 넘었다. MAU는 한 달에 최소 1회 이상 서비스를 사용한 경우를 말한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현재 전 세계에서 4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2013년 9000만명 수준이던 사용자는 불과 2년새 4억명으로 4배 가까이 커졌다. 특히 사용자가 3억명에서 4억명으로 1억명 늘어나는데 불과 9개월 밖에 안 걸리는 등 최근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의 자회사다. 사용자 수가 늘어나는 것이 페이스북으로서는 나쁜 일이 아니지만 맞춤형 광고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만큼 개인정보가 다양하지 못하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서울 서초동에 거주하는 30대 남자에게 갤럭시S7 광고를 보내는 것이 가능해 광고주로부터 인기가 높다”며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수 확대가 페이스북으로서는 꼭 달갑지만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