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기온이 높은 곳에 거주하는 사람은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 치수가 높고, 일년 중 기온이 0 °C 미만인 날이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일수록 허리둘레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승환·양혜경 교수팀이 2009~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코호트 자료에서 추출한 대상자 12만 4,354명과 1981년부터 2010까지 30년 동안 국내 71개 기상청 관측소의 기온 자료를 이용해 조사한 ‘비만과 연평균 기온의 상관관계’를 국내 처음으로 발표했다고 31일 밝혔다.
선정된 지역 연평균 기온의 범위는 6.6°C~16.6°C였고, 비만은 체질량지수 25kg/m2 이상, 복부비만은 허리둘레가 남성은 90cm이상, 여성은 85cm이상으로 정의했다. 연평균 기온을 5분위로 나누고, 나이, 성별, 흡연, 음주, 운동, 수입, 사는 지역, 고도와 같은 교란변수(confounding factor)를 보정 후 분석한 결과, 연평균 기온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비해 기온이 가장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비만할 위험도가 1.045배, 복부비만이 있을 위험도가 1.082배 높았다.
일년 중 기온이 0 °C 미만인 날의 수를 5분위로 나눠 비교 분석한 결과, 0 °C 미만인 날이 가장 적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복부비만 위험도가 기온이 0 °C 미만인 날이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비해 1.063 배 높았다.
양혜경 교수는 “최근 미국 및 유럽에서 실내·외 기온과 비만의 유병률에 대한 조사가 있었으나 연구에 따라 다른 결과들을 보여주었고, 연평균 기온이 매우 낮거나 높은 경우 이러한 상관관계가 역전된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에 연구를 수행한 지역의 연평균 기온 범위가 중요하며, 국내의 데이터를 처음으로 보고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온이 비만의 유병률에 작지만 의미있는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추위에 노출되면 갈색지방 대사가 변화하고 에너지 대사가 증가하기 때문에 체질량지수나 복부비만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비만과 기온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기존의 단면연구 대신 전향적인 추적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학술지 플러스원(PLoS ONE)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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