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는 속에서도 가계 저축률은 오히려 계속 상승하고 있어 주목된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저축률이 전년대비 1.4%포인트 상승한 7.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순저축 총액 역시 74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6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순저축률은 가처분 소득 중 최종소비지출분을 제외한 저축의 비율을 나타내는데 지난해 2000년 8.4%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민 총저축률 또한 35.4%로 전년도 34.5%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일단 국민들의 처분가능소득이 전년에 비해 5.1% 늘어난 반면 최종소비지출은 이보다 낮은 3.6% 증가에 그치면서 총저축률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총저축률이 최근들어 계속 상승하는 원인에 대해 일각에선 가계도 불황형 흑자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의 경상수지 개선이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데서 기인한 불황형 흑자인 것처럼 가계부문의 저축 증가도 소득증가보다 소비부진으로 인한 결과란 것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저축률에 대해 한은 고위관계자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제주체들간에 소비를 억제하려는 심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또다른 측면에선 자산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투자 심리도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대호 산은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10년대 이후 가계저축률 반등은 유효수요 부족에 인한 저물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부진 등에 기인한 일종의 ‘불황형 증가’로 보인다”며 “가계저축이 미래의 투자의 재원이 되는만큼 향후 저성장·고령화 등의 잠재적 불안요인을 해소하고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가계저축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민연금연구원은 최근 ‘가계 소득과 지출의 구조변화 추이’ 보고서를 통해 가계소득이 1990년에서 2015년까지 6.4% 증가하는 동안 가계지출은 6.2% 증가에 그쳤으며 이 중에서도 상당수가 비소비지출에 투입됐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조세, 국민연금 기여금, 건강보험료 등을 포괄하는 비소비지출은 같은 기간동안 7.2%로 증가했다. 이에따라 가계지출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5%에서 24.4%로 확대됐다.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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