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제약사이자 4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글로벌 제약기업 1위로 뽑힌 존슨앤존슨(J&J)의 글로벌 CEO 알렉스 고르스키(Alex Gorsky)씨가 지난 8일 한국을 찾았다. 알렉스 고르스키 CEO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본사 및 아시아 각국 지사 임원 200명이 참여하는 전략회의를 주재한다.
이날 회의가 열리는 하얏트호텔 행사장은 문 굳게 닫혀 있었다. 비공개 회의이기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지사에서도 대표만 참석할 수 있는 행사”라고 말했다. 그만큼 중요한 회의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존슨앤존슨 전략회의가 열린 것은 13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전략회의가 아시아에서 열릴 경우 주로 일본 도쿄나 중국 베이징에서만 열렸다. 국내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서울에서 이런 중요한 회의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바이오·제약 시장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알렉스 고르스키 CEO를 비롯해 이번에 방한한 임원들은 전략회의 뿐 아니라 국내 바이오·제약사 관계자들과 비공개 회의도 가질 예정이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존슨앤존슨측과 미팅이 잡혀있지만 일정과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바이오·제약산업의 글로벌 위상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관련 분야의 글로벌 기업 최고위층들이 앞다퉈 한국을 찾아오는 것은 물론 한국의 병원 혹은 과학자들에게 임상책임자를 맡아달라는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잇단 대형 기술수출 성과 뿐만 아니라 탄탄한 기초분야 연구성과가 잇따르면서 한국 바이오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존슨앤존슨뿐 아니라 글로벌 매출 3위 제약사인 로슈의 글로벌 CEO인 세버린 쉬완(Severin Schwan)과 릴리의 글로벌 CEO인 존 C. 레츨라이터(John C. Lechleiter)도 이달중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직접 만나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매출기준으로 글로벌 순위 15위내 다국적 제약사 중 8개 회사의 글로벌 CEO가 올해 중 한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바이오 기업과의 협력 사례도 늘고 있다. 다국적제약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제약사와 글로벌 제약사가 공동연구개발에 착수한 사례만 15건이다. 셀트리온은 사노피와 항체 의약품 공정 개발을 함께 하기로 했고 BMS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원료의약품·완제의약품 생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협력 논의를 위해 송도 공장을 찾는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들의 발길이 지난해부터 부쩍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강석윤 파트장은 “지난해 송도 공장을 방문한 다국적 제약사의 임원급만 500명이 넘는다”며 “한국 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한국 법인을 설립하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늘었다. 세계적 생명공학 제약기업인 암젠이 지난해 11월 한국법인을 출범시킨데 이어 희귀성 질환 치료제에 집중해온 다국적제약사 샤이어도 한국법인(대표 문희석)을 설립했다. 한국 제약사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샤이어는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메자반트 등을 출시하며 한국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샤이어의 2014년 글로벌 매출액은 60억 달러(약 7조3천억원)다. 지난 2월에는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개발사인 박스앨타를 인수·합병하며 세계최대 희귀병 치료제약사로 올라섰고, 2020년까지 200억 달러(약 24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국내 의료진에 임상시험 디자인을 의뢰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 방영주 센터장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을 맡기고 싶어하는 1순위 후보다.
다국적제약협회 관계자는 “최근 진행된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시험 책임자들의 국적을 살펴보면 한국인 비율이 매우 높다”며 “한국의 바이오·제약 기술 뿐 아니라 임상 능력까지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존슨앤존슨 계열 바이오벤처투자사인 JJTC는 4월 중 몇몇 국내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4월중 JJTC 대표가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한국 바이오·제약사와의 협력을 추진한 전담인원을 두는 경우도 많다. 이미 국내에 한국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노피는 전담인원을 7명으로 늘렸고 J&J도 최근 전담 인원 1명을 배치했다. 머크사의 경우에는 전담인원을 현재 모집 중이다.
[김기철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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