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찾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3년 전인 2013년 1월 30일, 한국의 첫 발사체 나로호가 발사된 곳이다. 지금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발사체 시험이 한창이다. 2010년부터 총 예산 1조 9572억원을 들여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는 상공 600~800km 지역에 위성을 올려놓고, 달탐사 로버를 달에 내려놓는 임무를 갖고 있다. 2019년 12월 시험 발사, 2020년 6월 최종 발사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앞서 나로호의 경우 발사체의 핵심으로 불리는 1단 엔진은 러시아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반쪽 발사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은 “한국형발사체는 1~3단 로켓 모두 한국 기술로 독자 개발하고 있다”며 “현재 본격적으로 엔진개발과 연소시험을 추진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나로우주센터에는 1~3단 로켓에 들어가는 엔진 개발과 성능 시험이 한창이었다. 1단 로켓은 75t 엔진 4개가 묶여 만들어지고, 2단 로켓은 75t 엔진 1개가 들어간다. 3단 로켓은 7t 엔진 1개로 구성된다. 센터에는 75t과 7t 엔진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3개의 실험시설(고공·지상·3단 엔진 연소시험 설비) 설립이 마무리 단계다.
이미 3단 로켓에 들어가는 7t엔진은 지난해 12월 100초 연소 시험에 성공하면서 내구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사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75t급 엔진은 설계가 완료돼 이달 시험실에 장착,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연소시험을 시작한다. 현재 엔진 연소 실험실에는 75t급 엔진을 그대로 본따서 만든 ‘목업’ 모델이 장착돼 있었다. 고정환 본부장은 “현재 시험 설비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점검하고 있다”며 “75t급 엔진은 약 220여회의 시험을 거쳐 최종 장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발사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75t급 엔진은 개발 초기부터 ‘불안정 연소’가 발생해 연구원들을 괴롭혔다. 불안정 연소는 액체 로켓 엔진이 작동할 때 연료가 모두 연소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문제로 1930년대부터 발견됐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료가 제대로 연소되지 않으면 발사시 로켓에 진동이 발생하거나 추진력을 제대로 얻지 못해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조광래 항우연 원장은 “개발진의 애를 태웠던 75t급 엔진의 ‘불안정 연소’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며 “내년 12월 시험 발사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020년 한국형발사체의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 내년 12월, 2단과 3단으로 구성된 시험 발사체를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형발사체에서 3단을 제외한 1, 2단으로 구성된 시험 발사체는 75t급 엔진과 7t급 엔진 각각 한개로 구성될 예정이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발사체로 길이는 26m, 총 중량은 53t이다. 지상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상공 229km까지 올라간 뒤 떨어진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은 “2단 로켓에 사용되는 75t급 엔진이 실제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발사”라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최초 개발한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발사될 확률은 33% 정도”라면서도 “발사 시기를 맞추는 것이 도전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기술적으로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흥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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