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이 여전한 백화점의 ‘갑질 거래’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는 중기중앙회가 롯데·신세계·현대 등 3대 백화점에 납품하는 208개 중소기업의 애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백화점과의 거래 중 직매입은 3.8%에 불과하고, 외상거래인 특약매입 방식이 86.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재고부담을 안고 제품을 구입한 후 마진을 붙여서 판매하는 직매입과 달리 특약매입은 물품을 외상으로 들여온 후 판매가 되지 않으면 납품업체에 강제적으로 반품하는 방식이어서 재고부담이 중소 협력사에 전가된다. ‘유통업’을 표방하는 백화점이 사실상 ‘임대업’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산업지원본부장은 “지난 2011년 첫 조사에서 특약매입은 70% 중반 수준의 비율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더 높아져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면서 “백화점들이 수년간 특약매입 방식의 판매를 통해 검증된 제품에 대해서도 직매입 전환을 하지 못하는 것은 백화점이 우리나라에서는 납품기업에 리스크를 모두 떠넘기는 부동산 임대업체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과 납품업체간 불공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 수수료상한제, 동반성장지수 평가 확대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밖에 백화점들은 구두·악세사리·패션잡화, 의류(남성, 여성 정장) 등에서 최고 39%까지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는 입점업체별 편차는 있으나 △롯데백화점은 구두·악세사리·패션잡화 부문에서 최고 39%, 의류 부문에서 37% △신세계백화점은 생활용품·주방용품 부문에서 36%, 의류 35% △현대백화점은 가구·인테리어 부문 38% △의류 36%까지 판매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화점 판매수수료 결정방법은 ‘백화점과 합의하여 조정한다’는 응답이 40.2%로 ‘백화점 제시수준을 수용한다’(34.6%)보다 높았으나 수수료 결정시 느끼는 협상력에 대한 답변으로는 ‘적다’(47.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업체들은 판매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방안(중복선택)으로 세일 할인율만큼 유통업체 수수료율 할인감면(53.6%), 수수료 인상 상한제 실시(45.8%) 등을 희망했다.
계약, 상품거래, 판촉·세일, 인테리어, 기타 등 5개 부문 25개의 불공정거래 항목을 제시하고 경험한 사례를 선택하는 항목에서는 응답업체의 29.8%가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업체들은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23.1%), 동반성장지수 평가 확대 반영(22.1%) 등을 요구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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