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로 면세점을 열었거나 조만간 오픈 예정인 면세점의 직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영진이 발로 뛰며 명품업체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신세계, 두산 중 어느 한 곳도 입점할 명품업체를 확정짓지 못해서다. 명품없는 반쪽짜리 면세점이란 비난 여론 속에 ‘급할 것 없는’ 명품업체의 콧대는 갈수록 높아져 협상의 어려움 역시 크다.
4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까르띠에, 불가리 등 이른바 5대 명품업체를 입점시키기 위해 신규 면세점들 간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
신규 면세점 한 관계자는 “명품업체들은 국가별 할당제 등을 이유로 신규 매장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며 “이에 따라 기존에 문을 닫는 면세점의 매장을 신규 면세점으로 이전하는 형태가 되다보니 유치 경쟁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을 닫는 롯데월드타워점과 워커힐 면세점 2곳에 있는 이들 명품 매장을 HDC신라 면세점, 한화갤러리아, 신세계, 두산 등 4곳의 신규 면세점이 뺏어오는 형국이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이에 따라 신규 면세점들은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나서 명품업체에 러브콜을 보내거나 현재 운영 중인 면세점과 백화점 등의 거래선을 활용해 명품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해 9월 HDC신라면세점에 루이비통을 들여오기 위해 직접 파리로 건너가 베르나르 아르노 LVMH(모엣 헤네시 루이비통) 회장을 만났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에르메스의 첫 패션쇼에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부사장 등 면세점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두산 면세점에 에르메스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두산은 면세점에 명품업체를 입점하기 위해 20년 가까이 보그 등 패션지를 발간하며 쌓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측과 긴밀히 논의 중이다.
신세계 면세점 역시 향후 경쟁을 펼쳐야 할 롯데 소공동 면세점에 이미 5대 명품업체가 다 들어와 있는 상황이어서 명품 유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신세계, 두산 중 어느 한 곳도 명품업체 입점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오히려 명품업체 ‘모시기’에 나선 면세점들로 명품업체 콧대만 높아져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신규 면세점 한 관계자는 “명품을 유치하려는 면세점은 많은데 명품업체 매장 수는 한정적이다보니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 위치가 불리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미 문을 연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를 두고 “명품다운 명품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진 점은 신규 면세점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비난이 거세질수록 면세점들은 명품 유치에 몸이 달을 수밖에 없고, 명품업체들의 콧대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명품업체들은 면세점 입점 시 지역 안배는 물론 매장 면적이나 인테리어 관련 공사비용, 판매 수수료 등을 따져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곳에 최종 입점을 결정하게 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이 많아지면서 하루라도 빨리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야하는 면세점과 달리 명품업체들은 한두달 늦게 들어가도 손해볼 게 없다는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두산 면세점 관계자는 “루이비통과 샤넬 등에서 면세점 입점 의향서를 받았다”며 “그러나 최근 명품업체들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실무진과 조건을 따지다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오는 3~4월에는 명품업체 입점과 관련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게 두산 측 설명이다.
HDC신라 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는 각각 오는 3월과 6월에 그랜드 오픈을 한다. 신세계는 이르면 오는 4월, 두산은 5월에 각각 명동, 동대문에 면세점을 열 계획이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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