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폴크스바겐 경유차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여부에 대한 조사결과를 26일 발표하면 공은 국토교통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실험실이 아닌 도로를 달릴 때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꺼지도록 한 프로그램’이 사실로 확인되면 국토부가 폴크스바겐 그룹 문제 차들에 대한 연비를 조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3일 환경부 조사결과 만약 임의설정이 확인되면 실험실과 도로주행에서 나온 배출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넘겨받아 배출가스와 연비의 상관성을 먼저 분석하고 이후 연비조사에 나서게 된다고 밝혔다.
자동차 배출가스는 환경부 담당, 연비와 안전성은 국토부 담당이다.
환경부는 유로6 차량은 폴크스바겐 골프·제타·비틀과 아우디 A3 등 신차 4종, 유로5 차량은 폴크스바겐 골프와 티구안 등 2종을 조사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실험실에서 엔진과 바퀴만 구동되고 핸들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핸들 등 조향장치를 사용하는 실제 운전시에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자동으로 꺼지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사실이 미국 등에서 적발됐다.
자동차 업계는 실험실에서만 작동하던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도로에서도 작동하도록 손보는 과정이 연비 감소와 성능 저하, 유지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같은 연료를 투입한다고 할 때 저감장치를 켜면 연비가 떨어지고 저감장치를 끄면 연비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폴크스바겐 측이 우리나라에 수입된 차량에 ‘임의설정’을 한 게 사실이라도 국토부에 신고한 연비 자체를 부풀렸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토부 조사는 자동차 제작사가 신고한 연비 가운데 매년 일부 차종을 선정해 사후검증하는 시스템이다.
연비를 검증할 때는 도로를 달리면서 조사하는 게 아니라 실험실에서 바퀴만 가동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비가 얼마인지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사가 신고한 연비가 허용오차 범위(±5%)인지 상대치를 검증하는 방식”이라며 “실제 도로에서는 제작사의 연비 책정과 조건을 똑같이 맞춰 달릴 수 없기에 실험실에서 측정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실험실에서는 배출 저감장치가 작동하기에 연비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추정되며 연비검사에 대비해 또 다른 프로그램을 이중으로 설정했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임의설정 장치가 실제 장착됐다면 국토부에 신고한 연비 수치와 별개로 운전자들은 그동안 연비가 좋다고 느꼈을 것이고 리콜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연비가 떨어질까 우려되는 것이다.
국토부의 올해 연비 검증 대상 21개 차종 가운데 폴크스바겐그룹 차량은 아우디 A3, A7이 포함됐다. 두 차종 모두 연비조사를 앞서 통과했다.
임의설정 장치가 확인되면 두 개 차종 뿐 아니라 폴크스바겐그룹 차량 전반에 대한 연비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국토부는 환경부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 그에 맞춰 연비조사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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