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며 법원에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고법형사12부(이원형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4시10분께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등의 혐의에 대한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열었다.
이 회장은 이날 공판 마지막에 최후 진술을 통해 “모든 게 제 탓”이라며 “건강을 잘 회복해 사업보국과 미완성의 CJ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재판장님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공판이 열리기 15분 전께 구급차를 타고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했다. 지난해 9월 항소심 선고 공판 출석 이후 1년2개월만이다. 회색 자켓을 걸친 환자복 차림에 군청색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이 회장은 공판 내내 휠체어에 앉아 고개를 왼쪽으로 약간 숙인 채 다소 힘들어보이는 모습으로 재판에 임했다. 오른쪽 팔에는 링거 주사를 꽂았다.
지난 2013년 7월 546억원의 세금을 탈루하고 719억원의 국내외 법인자산을 횡령하는 협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일본에서 개인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CJ그룹의 일본법인인 CJ재팬을 보증인으로 세우는 방식으로 회사에 392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9월 원심을 깨고 이 회장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이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는 인정하지만 일본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빚어진 배임 혐의는 액수산정을 다시해 법 적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따라 이날 열린 파기환송심 1차 공판에서는 일본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빚어진 배임 혐의에 대한 논의가 주요 쟁점 사항으로 부각됐다.
검찰 측은 “배임죄는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손해의 위험이 있으면 성립한다”라며 “CJ의 일본법인인 CJ재팬은 회장의 개인적 부동산 투기에 담보를 제공할 이유가 없는데도 담보 제공은 물론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손해를 졌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주식회사 팬재팬이 빌딩 매입을 위해 신한은행 동경지점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CJ재팬이 연대보증을 서 이 회장은 50억엔 상당의 이득을 얻은 반면 CJ재팬은 같은 금액의 손실을 입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한 배임 혐의가 적용된다.
검찰은 “대법원 판단은 회사임직원이 회삿돈 1000억원을 담보로 받고 대출을 받아도 우연히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원리금을 갚았다면 가중처벌이 안 된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CJ재팬에 손해를 끼칠 의사가 없었고 실제로 현실적인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고려해 양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출 당시 보증 제공은 형식적 의미였다”면서 “이 회장은 신장이식 수술에서 제일 중요한 기간동안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해 사실상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고 수감된다면 건강상 치명적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사실상 수용 생활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2013년 8월 1심 재판이 진행되던 중 건강 이상으로 신장이식수술을 받았지만 거부반응을 보여 불구속 상태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변호인 측은 “이 회장은 일반적인 신장이식환자가 아닌 CMT(샤르콧 마리투스) 질환의 신장이식환자로 전문 의료진의 집중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은 다음달 15일 오후 1시로 결정됐다. 이날 이 회장과 CJ그룹 회장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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