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 얀센과 잇따라 기술수출 메가딜을 성공시킨 배경에는 자체 개발한 핵심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 Platform Technology) 기술이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약효 지속 기간을 늘려 약 투여 양과 횟수를 줄여주는 기술이다.
한미약품이 이 연구를 시작한 것은 13년 전이다. 권세창 연구소장은 당시 바이오신약팀장으로 이 연구를 이끌었다. 권 소장은 “제약산업 R&D는 기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시장이 뭘 필요하느냐가 아니라 10년 후 뭐가 필요한지에 관심을 갖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한미약품이 잇따라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한 이유도 바로 10년전 오늘을 내다보며 진행했던 연구들이 이제와서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미약품 연구센터의 시계는 10년 후에 맞춰져 있다. 10년 후 한미약품의 목표는 ‘글로벌 톱 20 제약사’로의 도약이다. 이를 위한 키워드는 ‘연구개발(R &D)’과 ‘중국’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에 있는 연구센터 옆에 유사한 크기의 땅을 추가로 매입했다. 현재 연구센터보다 더 큰 규모의 제2연구센터를 짓기 위해서다. 연구역량을 글로벌 제약사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0년 후로 맞춰져 있는 또다른 시계는 중국이다.
사노피와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와 맺은 계약을 보면 글로벌 판권 중에서 ‘중국’에 대한 판권은 한미약품이 갖는다고 명기돼 있다. 한미약품이 중국 시장을 얼마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미약품이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얼마나 크게 보는지는 베이징한미약품에서도 볼 수가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1996년 베이징한미약품을 설립했다. 거의 20년전 오늘을 바라보며 앞선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한미약품 연구센터 이회철 연구지원팀장은 “베이징한미약품은 사실상 한국 연구센터와 쌍둥이 조직”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연구원을 뽑으면 한미약품 연구센터에 와서 일정기간 교육을 받는다.
베이징한미약품 연구센터에는 160여명의 연구원이 있는데 이 중 90%는 베이징대, 칭화대, 센양대, 난징대 출신의 석박사이며, 이중 20%는 미국, 유럽에서 공부한 유학파들이다. 베이징시 과학기술위원회 및 경제정보화위원회로부터 각각 ‘고신기술기업’인증을 받은 과정에서도 이들이 한몫을 해냈다.
권 소장은 “베이징 연구센터에서도 조만간 국내 연구센터의 성과와 견줄만한 결과들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연구지원팀장은 “중국 제약산업은 인증 등이 까다롭기 때문에 연구 성과가 나오면 현지에 직접 진출한 효과를 크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기철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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