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알 수 없던 희귀난치성 자가 면역 장질환 환자가 최신 유전체 검사로 원인 규명과 맞춤 치료에 성공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고재성, 문진수 교수, 의과학과 최무림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박성규 교수 공동 연구팀은 자기의 면역세포가 장세포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 장병증을 앓고 있는 14세 여아를 유전체를 분석하는 전체엑솜시퀀싱을 활용해 돌연변이 유전자 CTLA4(Cytotoxic T-lymphocyte antigen 4)를 발견하여 치료에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전체엑솜시퀀싱은 차세대 유전체 분석 기법으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한번에 분석해 5,000개 가까운 유전인자를 진단할 수 있는 검사법이다.
연구팀은 이번 성공사례를 면역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인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회지(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환자 김모양은 자기의 면역세포가 장세포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 장병증을 앓고 있었다. 이 질환은 인구 10만 명 당 1명 이하로 발병하는 매우 드문 질환으로 특별한 치료제도 없다. 김 양은 생후 3개월부터 만성 설사로 고생했고, 4세 때 자가 면역 장병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악성 빈혈과 자가 면역 간염으로 고생했고, 범혈구감소증을 동반한 잦은 감염으로 치료를 받았다. 오랫동안 앓은 자가 명역 장병증으로 인해 12세 때 내시경 검사 결과, 위장에 위암이 발견되어 위절제술을 받았다.
이런 증상들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김 양의 면역세포가 김 양의 장 세포를 항원으로 인식하고 공격하여 생긴 합병증이다. 의료진은 다양한 면역억제제를 투여했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원인 유전자 검색을 시행했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유전체 돌연변이 분석을 위해 김 양에게 전체엑솜시퀀싱(Whole-exome sequencing)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자가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 CTLA4 (Cytotoxic T-lymphocyte antigen 4)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 돌연변이는 유전자 CTLA4의 기능을 상실시켜 자가 면역 반응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김 양에게 전체엑솜시퀀싱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CTLA4의 기능을 강화하는 약물인 아바타셉트(abatacept)를 투약했다. 이는 기존에 중증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제다. 그 결과, 김 양의 빈혈과 장 증상이 상당히 호전됐다. 김 양의 설사양은 67% 줄었고, 수혈도 안 받을 만큼 빈혈이 호전되어 지난해 2월 6일 퇴원했다. 입원한지 3년만이다. 현재는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연구팀은 추가적인 반응 검사를 통해서도 김 양의 혈액 속의 면역세포 기능이 약물 치료로 대폭 호전됨을 확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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