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열혈 사용자인 직장인 A씨(29·남). 주말에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기던 중 스마트폰으로 무심코 페이스북에 접속했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2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의 사진이 상단에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옆에 있던 여자친구는 “누구야~”하면서 눈을 흘기더니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오래 전에 헤어진 사람이라고 해도 믿지 않는 눈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특히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해프닝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 3월부터 시작한 ‘과거의 오늘’ 서비스가 바로 문제의 근원이다.
페이스북은 축적돤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해 ‘과거의 오늘’ 서비스를 고안했다. 연 단위로 과거 이날자에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한 글, 사진, 친구가 보낸 게시물 등을 보여주는 서비스다. 요즘 같으면 지난해 단풍 구경을 갔던 사진들이 1년 전 오늘이라는 이름을 달고 노출된다. 아이 사진을 자주 올리는 페이스북 사용자라면 지금보다 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구글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을 무제한 저장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구글 포토에서 거의 동일한 형태로 과거 사진을 끌어다 사용자에게 보여준다. 사진 정보를 분석해 같은 곳에서 찍은 사진을 모아서 슬라이드, 동영상 형태로 구성해 보여주기도 한다.
이같은 서비스는 SNS 업체들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추억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데이터를 주무르는 데 능숙한 기업들의 전문 분야로 최근 들어 부상하고 있는 데이터 기술(DT)을 감성적으로 풀어낸 사례다.
사용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사진으로 과거를 한번쯤 돌이켜보는 것도 현실에 충실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의도치 않은 과거가 불쑥 튀어나올 때다. 특히 연인과의 데이트 사진을 페이스북에 주로 올리는 사람이라면 과거의 오늘 서비스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사진을 올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말이다. 과거의 오늘 사용 여부는 해당 홈페이지(https://www.facebook.com/onthisday)에서 설정할 수 있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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