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제조업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은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제조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은 30년 후 세계 제조업 선두국가 진입을 목표로 대대적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기존 제조업 주도권을 유지하고자 ‘4차 산업혁명’을 구상중이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미국 또한 사물인터넷과 전통적 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제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제조업의 ‘맹주’가 되고자 일제히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공학한림원이 1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산업혁신 국제 콘퍼런스는 제조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가 이런 흐름에서 비껴나 자칫 성장동력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냐는 위기감을 갖게 하는 자리였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조 케저 독일 지멘스 회장, 리우 바이청 중국 칭화대 교수, 이석우 미국국립표준기술원 부국장이 참여해 독일과 중국, 미국에서 불고 있는 제조업 혁신을 소개했다.
중국은 ‘중국 제조업 2025’ 계획을 올해 5월 가동했다. 이를 설계한 리우 교수는 “덩치만 큰 중국의 제조업을 힘이 센 제조업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중국은 10년 단위로 국가전략을 수립해 총 30년간의 계획을 구상했으며, 2025년 세계 제조업 강국 진입, 2045년까지 세계 제조업 선두국가 진입을 목표로 설정했다. 중국은 제조업 혁신을 위해 스마트 공장과 디지털 작업장, 사람과 로봇 간 스마트 연결, 산업로봇 개발, 스마트 물류관리 등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제조공정 시뮬레이션 최적화는 물론 사물인터넷을 제조업에 융합해 나가고 있다. 리우 교수는 “중국 제조업 가치는 2조 3330억 달러로 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20~30위권”이라며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새로운 과학기술을 활용해 현재 한계를 돌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혁신과 품질, 지속가능한 개발, 산업구조 최적화 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2045년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제조업 국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 제조업 강국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제조업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은 ICT와 제조업 융합을 통해 현재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스마트 공장 개념을 도입해 소비자의 개별 취향을 충족하는 고품질 제품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멘스와 BMW 등 독일 기업은 다른 기업들보다 앞선 스마트 공장으로 공정 고도화를 실현했다. 케저 지멘스 회장은 “제조업 디지털화는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요인”이라며 “생산속도 향상, 효율성, 맞춤화 등을 가능케 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제조업 생태계 변화를 모토로 산업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석우 부국장은 미국 정부의 ‘스마트 아메리카 챌린지(Smart America Challenge)’를 비롯한 제조업의 혁신을 소개했다. 미국 제조업 혁신 전략은 “제조업 다음 단계는 무엇이 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해답은 역시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ICT에 있다. 기존 제조업에 정보통신 옷을 새롭게 입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제조업 생태계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상품 개발, 로봇 기술을 활용한 생산능력 제고,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았다. 이 부국장은 “18세기 산업혁명, 20세기 인터넷 혁명이 진행됐다면, 21세기에는 산업·인터넷 융합혁명이 진행될 것”이라며 “이같은 혁신이 미국 경제·사회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주요국들이 이처럼 제조업 혁신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4년 보스팅컨설팅 그룹은 제조업 경쟁력 지수가 가장 좋은 국가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을 세 번째 국가로 꼽았다. 하지만 4년 뒤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제조원가 상승 등으로 4위 그룹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딜로이트와 미국 경쟁력위원회에서 발표한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은 2010년 3위에서 2013년 5위로 하락했다. 오영호 공학한림원 회장은 “스마트 혁신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모바일 등 플랫폼을 제조업에 접목시켜 여러 산업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진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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