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에 지난달 한국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7월 산업생산은 2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8월 제조업 업황BSI는 전월에 비해 2포인트가 하락한 68을 기록했다.
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던 지난 6월의 66보다는 높지만, 기준치인 100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BSI는 기업들의 경기체감지수를 나타낸 것으로, 낮을수록 경기가 안좋다고 느끼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달 BSI에서는 수출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 업황 BSI는 7월 73에서 68로 하락했다. 이는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기의 둔화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제조업 위축을 불러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성빈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팀장은 “전체 매출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으면 수출기업으로 정의하는데,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체감 경기가 지난 달에 비해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뿐 아니라 실제 생산지표도 소폭 상승에 그쳤다. 메르스 사태 여파에서 벗어나 큰폭 반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벗어났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7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산업 생산은 전월대비 0.5% 늘어나는데 그쳤다. 6월에 이어 2개월째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지만 상승폭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주요 제조업 생산이 대폭 줄어 우려를 낳고 있다.
6월 호조세를 보였던 광공업생산과 투자 역시 7월들어 상승세가 꺾였다. 전월대비 기준으로 광공업 생산은 6월 2.5% 증가에서 7월 -0.5%로 하락 전환됐으며, 설비투자는 6월 4.2%에서 7월 1.3%로 증가폭이 둔화됐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과장은 “수출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증시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소비와 기업심리의 회복세가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심리는 소폭 개선돼 7월 전월 대비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달보다 1.9% 반등했다. 그러나 이 역시 6월의 하락세를 감안할 경우 기대이하란 지적이다.
[최승진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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