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맥도날드 신촌점. 매장에 들어서자 세로의 기다란 터치 스크린 4대가 햄버거 그림을 띄운채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일명 디지털 키오스크라 불리는 이 터치스크린에서 ‘나만의 버거’ 버튼을 누르자 햄버거 번(빵)을 고르는 메뉴가 나타난다. 부드러운 식감의 ‘브리오쉬 번’과 오트밀이 들어간 ‘오트밀 번’, 그리고 양상추의 일종인 미니코스 ‘레터스 랩’ 중 하나를 고르고 화살표를 누르자 이번에는 패티의 개수를 선택하는 메뉴가 나온다. 뒤이어 치즈, 채소, 소스, 프리미엄 토핑까지 고르고 결제한 뒤 자리에 앉자 몇분 후 종업원은 ‘나만의’ 햄버거를 내가 앉은 자리까지 가지고 온다.
이는 맥도날드가 이날 공개한 새로운 플랫폼 ‘시그니쳐 버거’다. 맥도날드가 오는 14일 신촌점을 시작으로 내달 용인 수지DT점, 분당 수내역점 등에서 차례로 선보일 이 플랫폼은 맥도날드의 역발상을 보여주고 있다. 준비된 메뉴를 그때그때 만들어서 제공했던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가 고객맞춤형 프리미엄 메뉴로 ‘슬로푸드’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맥도날드가 새로 선보인 시그니쳐 버거의 가장 큰 특징은 매뉴얼이 모두 정해져 있던 기존 메뉴와 달리 그때그때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만드는 제품이 다르다는 것이다. 번의 종류만 3가지에, 치즈 3종류, 채소 6종류, 소스 8종류 등으로 ,추가로 주문하는 프리미엄 토핑을 제외하고도 주문 가능한 경우의 수가 1만가지가 넘는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디지털 키오스크다. 보통 지하철·기차역 매표소나 은행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 터치 스크린은 수 많은 선택과정 중 소비자의 혼란을 막기 위해 단계별로 선택을 밟아가도록 만들었다. 소스끼리의 궁합이나 재료의 특징까지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나만의 버거를 한단계씩 완성해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기존 메뉴를 정해진 메뉴얼대로 뚝딱뚝딱 만들었던 것과 달리 과정이 조금 복잡해져 일반 메뉴보다 시간은 더 걸리게 됐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커피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던 ‘진동벨’이다. 커피전문점처럼 진동벨이 울리면 음식을 찾으러 가는 것은 아니다. 주문할 때 결제하기 전에 본인이 받은 진동벨 번호를 키오스크에 입력하면 시그니쳐 버거 전담 점원이 메뉴를 가져다 준다.
맥도날드 측은 이번 시그니쳐 버거가 단순히 재료를 고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맥도날드 버거의 프리미엄화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패티(고기부분)를 호주산 앵거스 비프를 사용해 주문을 받으면 현장에서 직접 구워 낸다. 우리나라에 육우나 젖소 등 다양한 소고기가 있지만 한우가 특별하듯이 많은 호주산 소고기 중에서 특별한 것이 앵거스 비프라는 것이 맥도날드의 설명이다.
또한 ‘나만의 버거’와 함께 시그니쳐 버거로 함께 출시된 ‘클래식 치즈버거’, ‘핫 올 오버 버거’, ‘그릴드 머쉬룸 버거’도 맥도날드 버거의 프리미엄화를 강조했다. 클래식 치즈버거에는 아메리칸·프로볼로네 치즈 등 다양한 치즈를 사용했으며, 핫 올 오버 버거에는 매콤한 맛의 패퍼 잭 치즈를, 그릴드 머쉬룸 버거에는 구운 버섯을 쓰는 등 일반 패스트푸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료들을 사용했다.
한국맥도날드는 향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이 플랫폼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다. 김덕봉 한국맥도날드 디지털팀 상무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휴대폰을 키오스크에 가져다대면 지난번에 어떤 메뉴를 먹었는지를 고려해 메뉴를 추천해주거나, 위치기반 기능을 이용한 사전주문·서빙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연내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맥도날드가 선보인 ‘나만의 버거’의 가격은 단품 6500원에 음료, 감자튀김, 피클이 포함된 세트는 7900원이며 패티(2000원)나 베이컨, 구운 양파 등 토핑(500원)을 추가하면 요금이 추가된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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