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는 손님은 안오고 난데없는 메르스가 찾아와 그나마 오던 손님마저 줄었어요. 메르스는 그래도 곧 지나갈 테지만 손님 발목잡는 주차예약제, 비싼 주차요금제가 더 걱정이에요.”
지난달 12일 5개월만에 재개장한 수족관, 영화관 덕분에 부진했던 영업에 숨통이 트일것으로 기대했던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몰. 하지만 주자예약·요금제때문에 부진한 매출은 여전하고 업친데 덮친격으로 메르스까지 번져 제2롯데월드 입점 상인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의 주차 규제를 하루빨리 풀어야 영업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19일 제2롯데월드몰의 한 의류매장 직원(25)은 “백만원 넘게 옷을 산 손님한테 주차요금내라고하니 누가 오고 싶겠느냐”며 “주차쿠폰 같은 거 내놓으라고 항의하는 손님들도 적지않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외식업체 점주(43)는 “유통시설에서 유례없는 주차예약·요금제로 갈수록 적자가 늘어 직원들 월급도 못 줄 정도”라며 “롯데에서 임대료를 감면해주고 본사에서 직원을 파견하는 등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이런것들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못된다. 주차장은 텅텅 비워놓고 비싼 주차요금에 쇼핑 영수증이 있어도 할인을 전혀 받을 수 없게 해놨으니, 영업하지말라는 얘기”라고 성토했다.
지난해 10월 하루 평균 10만 명에 달하던 제2롯데월드 방문객 수는 수족관과 영화관의 영업정지 이후 4월엔 6만6000명으로 줄었다가 5월 재개장후 소폭늘었지만 개장당시에 비하면 여전히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6월 현재 방문객은 7만2000명선으로 방문객이 줄면서 매출부진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다. 급기야 입점업체들은 지난 3월 서울시에 “주차예약제나 다른 판매시설에서는 볼 수 없는 주차요금 완전유료화로 인해 초기부터 큰 적자 상태로 영업을 하고 있다”며 “주차 규제를 해제해 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제2롯데월드 영업정상화의 선결요건으로 떠오른 주차예약제와 주차요금유료화는 지난해 10월 제2롯데월드몰 개장을 앞두고 서울시가 교통혼잡 완화대책을 요구하자, 롯데가 제안해 임시승인 허가가 난 사안이다. 그러나 쇼핑몰을 방문하기 전 주차 예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10분당 1,000원(3시간 초과시 10분 당 1,500원)의 비싼 주차 요금으로 인해 총 2756대를 동시 수용할수 있는 주차장은 텅비어 있다. 하루 영업시간( 오전 9시 ~ 오후 10시)동안 최대 9100대가 주차할 수 있지만 현재 이용대수는 이달들어 지난 15일까지 하루 평균 400여대에 불과하다.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40대에도 못미쳐 전체 주차공간의 1.4%만 이용하는 셈이다. 1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2대도 주차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서울시내 다른 백화점, 영화관, 수족관 등 이용시 주차요금이 할인되거나 무료인 것과는 달리, 롯데월드몰은 주차 요금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실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9000원을 내고 3시간 동안 영화를 보면 주차요금으로 1만8000원을 내야 한다. 영화요금에 두배나 되는 주차비를 내야하는 셈이다. 지난 주말 롯데월드몰에서 영화를 본 회사원 최미란(29세)씨는 “롯데월드몰에 머무른 3시간 30분 동안 영화비(2인 1만8,000원)와 망고빙수(1만 5,000원) 등 총 5만5,500원을 지출했는데, 그중 전체비용의 40%에 달하는 2만2500원을 주차비로 내야했다.”며 “사전 예약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실제 주차비를 내려니 부담이 너무 커서 다시 오기가 꺼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입주상인들은 물론이고 차량 이용 시민들의 불편에 대한 민원외에도 실제 부작용도 나오고 있어 서울시가 주차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비싼 돈을 들여 지은 주차장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을 뿐만 아니라 재개장 후에도 제2롯데월드 주변에 큰 교통혼잡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싼 주차요금을 피하려고 주변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는 사례가 급증해 주변 아파트 주차장만 몸살을 앓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4월 이 지역 이혜숙의원(삼전동·잠실3동)은 송파구의회에서 “잠실 주공5단지와 레이크팰리스, 장미 아파트를 비롯한 인근 아파트 주차장은 지금 주차전쟁 상태”라며 “서울시는 미봉책에 불과한 근시안적 사전 주차예약제를 즉시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는 지난 18일 서울시의 제2롯데월드주변 교통문제관련 TF팀 회의에 참석해 평일 주차예약제를 폐지하고 주말에만 시행하는 주차규제완화대책을 서울시에 제안했지만, 별소득없이 끝났다. 시 관계자는 “내부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며 추후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는 언제 회의를 다시 열지는 못박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일대 교통 상황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한다”면서 “현재는 주차장 등의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검토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차장 예약제 등이 제2롯데월드가 주변 대체 도로 등 여건 개선이 완료되기 이전에 영업을 허가토록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수일 내로 규제가 풀리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서울시와 함께 주차예약제를 도입했던 수원시는 주차규제로인한 부작용때문에 지난 3월 롯데몰 수원점의 평일 주차예약제를 폐지하고 주말과 세일기간에만 운영토록 변경했다.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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