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발병한 메르스 바이러스는 변종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는 지난달 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 후 평택성모병원 등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돼 변종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을 통해 “국립보건연구원이 2번 환자 검체로부터 바이러스를 분리·배양해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한 결과 바이러스 변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전체 염기 서열은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가진 최소 정보 단위의 순서를 의미한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경우 약 3만여개 유전체 염기로 구성돼 있다. 보건연구원은 검체인 2번 환자 객담(가래)에서 바이러스를 분리 배양해 분석했다.
보건연구원은 앞서 보건당국이 공개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네덜란드 의과학연구센터(EMC)와 국내 바이러스 학회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2번 환자에게서 얻은 바이러스 유전정보는 네덜란드 EMC의 사우디라아비아 환자 메르스 바이러스 분석 결과 99.55%가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연구원은 그동안 알려진 메르스 바이러스의 55개 유전정보 중 하나인 사우디 샘플과는 99.82%로 가장 높은 일치율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메르스 진원지인 중동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99% 이상 일치했다는 의미다.
중국 보건당국도 바이러스에 유전적 변이가 없었다는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중국 보건당국은 현지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된 10번 환자 검체를 수거해 지난 3일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전염성을 강화하는 바이러스 변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변종 바이러스가 아닌데, 왜 이렇게 단시간내 감염자가 급속히 확산됐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은 7일 메르스 환자가 60명을 넘어섰다. 한국보다 환자가 많은 나라는 메르스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우디아라비아(1019명 환자 중 450명 사망), 아랍에미리트(76명 환자 중 10명 사망) 뿐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후조건을 꼽는다. 고려대 약대 송대섭 교수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며 “현재 국내 기후가 바이러스의 생존에 더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러스는 기온, 습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생존하기 어려운데 현재 건조하고 온화한 날씨가 바이러스 생존에는 최적의 환경이 됐기 때문이란 것이다.
국내 병원 환경도 한 몫 했다. 보건당국 발표처럼 메르스 슈퍼 전파자라고 불리는 일부 환자들로 인해 병원에서 다수의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1차 메르스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최초 환자가 입원한 병실은 별도 통풍시스템 없고, 중앙집중싱 에어컨 시스템으로 인해 메르스 바이러스가 같은 병동 전역으로 급속히 퍼져나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울러 좁은 병실환경에 가족이 환자 곁에서 병수발을 드는 한국의 독특한 병실문화도 병원 내 메르스 감염 확산을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무엇보다 환자들 동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 방역 시스템은 가장 큰 문제였다. 첫번째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지난달 11일부터 병원을 옮기는 등 자유롭게 돌아다녔지만 정부 격리조치가 없었다. 14번, 16번 환자도 격리 없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다녔고 이 과정에서 3차 감염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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