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병이다. 암과 같은 질병은 다른 동물도 걸리지만 알츠하이머병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조차 걸리지 않는다. 인간만이 기억력이 감퇴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높은 지능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 상하이 컴퓨터생물정보학연구소 탕 쿤 연구원과 미국 하버드대 의대 퀴 아오메이 푸 교수 공동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는 인류 지능과 함께 나타났다”며 “지능이 향상되면서 대사수요가 필요한 뇌가 기억력 장애를 일으킨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RxiV’ 최신호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먼저 다른 영장류와 달리 인간 지능이 진화할 수 있었던 원인을 찾기 위해 유럽계, 아시아계, 아프리아계 등 90여명의 현대인 DNA를 분석했다. 인류가 집단으로 모여 살면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와, 자연선택으로 발생하는 유전자 변이를 구분하는 일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이처럼 연구진은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 중 지난 50만년 동안 인간이 진화하면서 ‘자연선택설’에 의해 변할 수 있는 유전자 집단을 찾아냈다.
분석결과 지금으로부터 5만~20만년 전, 인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 유전자 6개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된 것을 확인했다. 이 유전자는 SPON1, SORL1, SHC3, ELAVL4, MAPT, SNCA 등이다. 이 유전자의 진화·변화로 인해 뇌에 있는 뉴런 연결성이 증가하면서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류 조상과 비교했을 때 높은 지능을 가졌다는 설명이다. 뉴런의 연결성은 기억력과 인지능력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런의 연결은 뇌의 발달 정도에 따라 복잡성에 차이가 발생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유전자들 변화로 뇌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새로운 대사수요가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뇌는 더욱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기억력 장애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미국 브로드 연구소 스티븐 샤프너 연구원은 과학저널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연구는 3만년 동안 유전자 변이를 밝혀내는 데 불과했다”며 “50만년 간 유전자 변이를 추적한 연구진의 DNA 분석 방법은 상당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다만 “이 방법이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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