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이 더딘데도 불구하고 제조업 부문의 일자리가 32개월 연속으로 늘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까지 불어났다. 제조업은 기술 진보와 공장 해외이전 영향으로 일자리 창출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을 받아 온 만큼 이런 증가세는 주목할 만하다. 한때 ‘고용 없는 성장’의 상징이던 제조업에서 ‘성장 없는 고용’ 조짐이 나타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고개를 든다.
13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 2월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만9000명(3.7%) 늘어난 443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현행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통계를 낸 2004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산업분류 체계가 다소 바뀌어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2003년 이전의 제조업 취업자 통계까지 따져보면 외환위기 초입인 1997년 12월(447만7000명) 이후 최대치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로 제조업 취업자가 2012년 7월부터 32개월째 늘어난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연속 증가 개월 수로는 1984년 11월~1989년 11월 기록된 61개월 이후 최장이다. 그 후로는 길어야 20개월 남짓 증가에 그쳤다.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증가세를 탄 2010년 1월 이후로는 글로벌 재정위기가 불거졌던 시기인 2011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11개월을 빼면 줄곧 증가한 셈이다.
2005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60개월 연속 감소한 것과 견줘보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제조업 취업자의 증가원인을 살펴보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실제로 2012~2014년 제조업 생산은 각각 1.4%, 0.7%, 0.1% 늘어 증가폭이 둔화했는데도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최근 ‘성장 없는 고용’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노동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베이비부머들의 구직활동이 활발해진 영향일 수 있다”며 “이런 공급 주도 상황에선 고용이 늘어도 임금은 정체되거나 ‘성장없는 고용’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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