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다국적 제약사 바이엘의 ‘먹는 피임약’ 독과점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먹는 피임약 시장에서 독과점 구조가 형성될 것을 우려한 당국의 이번 조치로 피임약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이엘코리아의 한국MSD 일반의약품 영업 인수를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바이엘코리아가 한국MSD를 인수하려면 먹는 피임약 머시론 등 4개 의약품의 영업권과 자산을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고 23일 밝혔다.
작년 10월 다국적 제약사 바이엘AG의 한국 자회사인 바이엘코리아는 한국MSD를 인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업결합을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한국MSD는 역시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의 한국 자회사다.
한국MSD는 머시론이란 먹는 피임약을 수입해 판매중이다. 2013년에만 91억원어치가 팔려 한국 시장점유율이 43%였다. 같은 기간 바이엘코리아는 매출액 45억원인 마이보라, 15억원인 멜리안 등 먹는 피임약 시장에서 39%의 시장점유율을 형성했다. 따라서 바이엘코리아가 한국MSD를 인수하면 먹는 피임약 시장에서 바이엘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이 82%를 넘어선다. 이들 기업이 결합하면 향후 2위 사업자가 될 한국화이제제약의 점유율은 2013년 14%였다.
선중규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머시론까지 바이엘코리아가 영업권을 인수하면 2위 사업자인 한국화이자제약과의 점유율 차이가 68%포인트가 된다”며 “향후 바이엘코리아는 먹는 피임약의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경쟁사 간 가격과 수량 등에 대한 협조 가능성이 증가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을 추정하는 요건은 두 기업의 결합으로 시장점유율 합계가 50% 이상이고, 2위 사업자와의 차이가 그 합계의 25%포인트 이상인 경우에 해당된다. 다국적 제약회사 간의 기업결합에 대해 한국 공정위가 독과점을 우려해 조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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