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경제 낙관 및 비관 정도를 나타나는 ‘신뢰지수’가 유독 한국에서 지난 분기 대비 떨어져 조사가 실시된 60개국 중 59위를 차지했다. 최근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이며, 지난 분기 57위보다도 3계단 더 내려간 것이다.
28일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닐슨이 실시한 ‘2014년도 4분기 세계 소비자 신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 분기 대비 2%포인트 하락한 96을 기록했고, 한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 분기 대비 4%포인트 하락하며 48을 기록했다.
[자료 닐슨코리아]
한국인들은 향후 1년 간 일자리 전망에 대한 질문에 52%의 응답자들이 “나쁘다”라고 응답, 지난 분기 대비 부정적 의견이 9% 포인트나 늘어 고용 안전성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음이 뚜렷이 드러났다.
향후 1년간 개인 재정 상황에 대한 전망도 “나쁘다” 또는 “좋지 않다”라는 응답이 지난 분기 대비 5% 포인트 상승한 81%로 나타나 개인 재정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6개월 간의 주요 관심사를 묻는 질문에 ‘경제(26%)’와 ‘일과 삶의 균형 (26%)’ 두 가지를 우선으로 꼽았고, 그 다음으로 ▲고용안정성(25%) ▲자녀 교육 및 복지(20%) ▲건강 (20%) 등으로 응답했다.
[자료 닐슨코리아]
또한 71%의 한국 응답자들이 생활비 절감을 위해 지출 방식을 바꿨다고 대답했고,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는 ▲외식비 절감(58%) ▲의류 구입 자제(53%) ▲더욱 저렴한 식료품 브랜드 제품 구입(47%) ▲가스와 전기세 절감(39%)’ 등을 꼽았다.
닐슨코리아 신은희 대표이사는 “2014년 4분기 한국의 소비자 신뢰 지수는 조사 국가 60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에도 불구에도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내수 경기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기 부양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륙별 소비자 신뢰지수를 살펴보면, 지난 분기 107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북미 지역은 이번 분기에는 각각 1%포인트씩 하락해 106으로 나타났지만, 낙관적 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100을 넘어서며 안정적인 소비 심리를 보여줬다.
이 외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1% 포인트 하락한 95, 남미 지역은 3%포인트 하락한 88, 유럽지역은 2% 포인트 하락한 76을 기록했다.
주요 경제 대국 중에서는 미국이 106(-2pp), 중국이 107(-4pp), 일본이 73(-4pp)으로 나타났고, 독일과 영국은 각 1%포인트씩 상승해 각각 98과 94를 기록했다. 인도는 3%포인트 상승한 129를 기록하며 최근 3분기 연속 소비 심리가 가장 활발한 나라로 나타났고, 인도네시아 (120, -5pp)와 필리핀(120, +5pp)이 뒤를 이었다.
이번 분기 소비자 신뢰지수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국가는 말레이시아(89, -10pp)로, 정부의 ‘상품 및 서비스세(GST)’ 도입을 앞두고 크게 위축된 소비 심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최근 경제 회복세에 들어 선 아일랜드(90, +6pp)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지난 분기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조사는 닐슨이 지난 2005년부터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60개국 3만명 이상의 온라인 패널들을 대상으로 매 분기마다 전세계 소비자 신뢰도와 경제 전망, 주요 관심사 및 지출 의향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소비자 신뢰도는 100을 기준으로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낙관과 비관 정도를 나타낸다.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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