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 인증 프로그램 '실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포착됐다. 이번 인증으로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등을 자사로 일원화함으로써 삼성전자 등 제조사의 입김이 더 센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이게 구글이 만든 거라고?"
2일 '더 인포메이션' 등 여러 해외 정보통신(IT)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구글이 '실버'로 명명된 스마트폰 인증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인증 프로그램은 구글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넥서스' 스마트폰과 '구글 에디션'을 합한 형태로 짐작된다. 구글은 스마트폰을 직접 만드는 대신 타 제조사에 맞춤 형태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인 '넥서스'를 제작 의뢰하거나 기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구글이 직접 만든 앱만을 탑재한 '구글 에디션'을 별도로 출시하는 형태로 스마트폰 업계에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현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은 구글의 의도와는 다소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는 몰라도 삼성 갤럭시S5는 안다. 뒤집어 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굳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하지 않아도 유사한 서비스만 제공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中 샤오미, 구글 없이도 '훨훨'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다. 샤오미는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판매하지만 운영체제와 기본 앱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배포하며 업데이트 등도 도맡아 시행한다. 마치 애플이 아이폰을 관리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를 통해 샤오미는 중국에서 지난해 1800만대를 팔아치웠으며 올해 인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사용자들은 이 휴대폰이 구글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스마트폰이라기보다 샤오미를 믿고 구매하고 있다.
이같은 방식은 안드로이드가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모든 개발자들에게 개방된 형태이기 때문에 다른 회사가 일부 수정하고 배포해도 구글이 이를 제어하거나 막을 수단이 없다. 단 '안드로이드'라는 브랜드는 구글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이름만 떼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된 노키아도 이처럼 안드로이드를 일부 수정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이 애써 개발하고 닦아놓은 안드로이드 기반 생태계가 오히려 다른 회사의 성장에 이용되는 꼴이다.
◆삼성, HTC 등은 참여 안할 듯
'실버' 인증은 이같은 스마트폰 업계의 움직임에 일부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인증에 참여하는 통신사와 제조사들에게 구글이 권장하는 스펙을 따르고 앱을 설치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경우 각 제조사와 통신사가 선탑재하는 앱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구글이 만든 앱이 설치돼 결과적으로 구글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셈이다.
반대 급부로 구글은 참여 회사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지원책을 제공할 예정이다. 통신사의 경우 임대전화 지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제조사들에게는 구글과의 마케팅 협력,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지원 등이 꼽힌다.
현재 LG전자, 모토로라 등이 실버 인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삼성, HTC 등은 아직 참여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증 계획이 성공을 거두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계에서 현재보다 훨씬 더 높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구글의 앱을 사용자들에게 바로 전달할 수 있고 앱 개발자들도 구글의 울타리 안에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삼성 등 독자 노선을 고집하는 업체들은 인증 스마트폰보다 구글의 앱 지원 등에서 더 늦을 가능성이 있다.
실버 인증은 빠르면 내년 봄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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