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사용 철구조물 자재를 생산하는 지방 중소기업 A사는 금속소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일하던 연구원이 건강상의 문제로 갑자기 근무를 하지 못하게 돼 연구원 채용을 위해 인근 소재 대학에 졸업생 추천을 의뢰했다. 하지만 지원자가 한명도 없어 면접도 해보지 못하고 결국 현재까지 채용을 못하고 있다. 연구소장 B씨는 "10년 넘게 지속해 온 연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지방에 위치한 연구소 10곳 중 9곳은 연구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원 수가 100명이 넘는 대기업 연구소 중 절반 가량은 수년 내 연구소를 수도권으로 이전할 것으로 보여 연구인력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최근 지방에 연구소가 있는 기업 538개사를 대상으로 '연구인력 확보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94.6%에 달하는 509곳에서 '연구인력 확보가 어렵다'고 답했다고 3일 밝혔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 88.9%, 중소기업 95.6%가 연구인력 확보가 어렵다고 응답해 기업규모와 관계없이 지방소재 기업연구소들의 연구인력 확보 어려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들은 연구소가 지방에 있어 겪는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연구인력 확보(73.4%)'를 첫번째로 꼽았으며 연구인력 확보 전망에 대해서도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73.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4곳 중 3곳은 앞으로도 인력난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사대상 중 연구원 수가 100명이 넘는 대기업 연구소의 42.9%가 수년 내에 지방소재 기업연구소를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수도권에 신규 연구소를 설립할 의향이 있다고 답해 향후 연구인력 확보를 위한 대기업 연구소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 될 것으로 분석 됐다.
기업들은 지방소재 연구소의 인력 확보 어려움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으로 '소득세.법인세 등 지방근무자 및 기업의 조세지원(58.7%)'을 첫 번째로 지목했다. '지방기업에 대한 정부사업 할당제(40.5%)'와 '교육.문화시설 개선(28.3%)'등도 지방 연구소의 인력난을 해소할 정책으로 뽑혔다.
김종훈 산기협 전략기획본부장은 "최근 전자, 조선, 제약업종 등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이 연구소를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수도권에 신규 설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구직자들의 지방근무기피와 기존 연구인력들의 수도권 이탈이 늘면서 우수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은 연구인력의 고용 안정성과 발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대학의 대학교육, 노동수요간 연계 강화, 각 지역의 교육기반시설 및 문화환경 개선을 통한 생활여건 개선, 지방기업 및 연구소에 대한 인식제고 등의 지원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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