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류학자인 애덤 쿠퍼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서구권 박물관들이 어떻게 타인의 유물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고 어떻게 위기를 맞게 됐는지 가감 없이 드러낸다.”
대형 박물관 예술품의 빛과 암
『박물관의 그림자』
제국주의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유럽인들은 식민지에서 현지인들을 협박해 예술품을 헐값에 내놓도록 하거나 그냥 가져오는 상습적 약탈 행위를 일삼았다. 예술품을 모조품으로 바꿔치기해 빼앗는 행태도 만연했다. 식민지 시대 이후에도 정치권의 부패, 내정 불안, 내전 등으로 예술품의 밀수와 절도는 끊이지 않았다. 아프리카에 들어간 선교사들은 원주민들의 종교의식을 ‘우상 숭배’로 몰아 관련 조각상을 주기적으로 쓸어 없앴다. 그때마다 수많은 고대 유물들이 해외로 쏟아져 나왔다.『박물관의 그림자』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비롯해 그동안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던 서양 박물관들은 전면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전시품들 상당수는 본국의 환수 요청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오랜 시간 인종주의와 제국주의 사상을 전파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이 같은 문명과 야만의 역사와 함께해온 박물관의 탄생부터 발전 과정, 현재의 위기, 미래에 이르는 연대기를 짚는다. 타국의 유물을 전시하는, 이른바 ‘타인의 박물관’의 역사다.
지팡이를 들자 모든 관계가 변했다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앤드루 릴런드 지음 / 송섬별 옮김 / 어크로스 펴냄
시력을 잃어가는 작가 앤드루 릴런드의 회고록으로 2024년 퓰리처상 회고록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저자는 10대에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는다. 당장은 아니지만 서서히 시력을 잃는 병이다. 실명은 먼 미래의 일이었지만 그것은 곧 마주하게 될 현실이기도 했다.저자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넘나들며 이렇게 썼다. “지팡이를 들자 모든 관계가 변했다.” 그는 ‘정상’에서 벗어날 때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고 말하며, ‘시각장애’를 통해 역사와 사회를 다시금 바라보고,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존재 방식을 배워가며 사랑, 가족, 예술, 기술, 정치의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돌아본다. 시력 이외의 감각에 섬세하게 집중하면서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공원을 걸으며, 지난 몇 년간 마음 놓고 시각적 아름다움을 즐긴 적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곧 눈이 멀 남자가 산등성이를, 파랑새를,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정히 경탄을 느끼는 것은 너무 가슴 아프고, 가식적이며, 고통스러웠으니까.” 이처럼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그의 고백은 무엇이 우리의 존재를 형성하고 기쁨과 슬픔을 만드는지에 대한 성찰로 독자들을 이끈다.
[글 송경은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9호(24.10.0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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