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탑골공원에서 안국동 방면으로 가려면 낙원상가를 지나야 한다. 이 건물은 외양부터 남다르다. 콘크리트 15층 건물인데 1층은 도로이다. 즉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건물이다. 이 건물이 지어진 때는 1967년. 당시, 낙원상가는 세운상가와 함께 한국 주상복합 1세대의 대표주자였다.
‘낙원떡집’의 유래, 낙원상가
낙원상가 주변에는 원래 16개의 떡집이 번성해 ‘낙원떡집’이란 상호가 전국에 퍼졌는데 지금은 낙원떡집과 종로떡집 두 곳만 남아 있다. 종로3가 방면으로는 순댓국, 머릿고기, 국밥을 파는 가게들이 여전히 성업 중이다. 진하고 구수한 국물, 푸짐한 순대와 머릿고기로 근방 직장인들도 많이 찾는다. 고 송해 선생의 단골집으로 유명한 원조국밥집의 우거지해장국 한 그릇의 값은 작년보다 500원이 올라 ‘3,000원’이다. 나무테이블 7개에 각양각색의 의자들이 있는 실내는 항상 만원이다. 추가 공기밥 1,000원, 소주 3,000원, 계란프라이 2개가 2,000원인 이곳에선 진짜 ‘만원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1960년대 서울시는 안국동에서 종로를 관통해 한남동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계획했다. 그런데 난관에 부딪쳤다. 바로 지금 낙원상가 터에 6.25 이전부터 자리한 재래시장인 낙원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시장 측과 협의를 통해 시장을 철거하는 대신 상가 건물을 지어 상인들이 입주하기로 결정했다. 총 15층의 건물은 2, 3층은 주로 옷가게가, 지하에는 재래시장이 자리했다.
당시 낙원상가 주변에는 떡집이 많았고, 종로3가, 창덕궁 방면에는 국악기 상가가 많았다. 탑골공원을 둘러싸고는 악기를 주로 파는 파고다아케이드가 있었다. 그러다 1979년 탑골공원을 정비하면서 파고다아케이드는 철거되고 이곳에 있던 악기상들이 대거 낙원상가 2, 3층으로 몰려들었다. 이후 낙원상가는 낙원악기상가로 그 명성을 이어갔다. 2, 3층 ‘악기상가’, 4층 ‘허리우드극장’, 6층에서 15층까지는 ‘낙원아파트’가 있는 구조다. 시간이 흘러 멀티플렉스가 번창하며 허리우드극장은 ‘허리우드 클래식’, ‘서울아트시네마’로 이어갔지만 지금은 주로 시니어 관객을 위한 실버영화관, 공연 위주의 낭만극장으로 변했다. 55세 이상은 입장료가 2,000원이다. 그래서 이곳은 어르신들 사이에서 ‘2,000원의 아지트’라 불린다.
현재 낙원상가 2, 3층에는 약 300여 개의 악기상점이 있다. 피아노, 기타, 바이올린, 첼로, 색소폰, 음향시설, 악기수리점은 물론 우쿨렐레까지 판매한다. 이곳을 천천히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이곳 악기점의 사장, 점원들은 모두 악기 전문가들이라 호객행위도 없다. 그러나 이 악기상가도 부침이 있었다. 1980년대 소위 ‘오부리밴드(즉흥 연주를 하는 밴드)’를 구성하기 위해 2층에는 연주자들이 모여 즉석에서 밴드를 구성하고 연주장으로 떠나기도 했다. 일종의 음악인력시장인 셈이다. 그러다 1990년대는 한국교회의 방송시설 확충과 밴드 구성으로, 2000년대 들어서는 각 대학에 생긴 실용음악과 준비생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글과 사진 장진혁(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0호(24.7.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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