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회화의 거장
‘카게에(影絵)’는 면도날로 종이를 일일이 오려 트레싱지를 덧대 빛을 투과해 완성하는 작품이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이 ‘카게에’ 즉 ‘그림자 회화’의 거장이다. 그는 1924년 일본 도쿄 출생으로 올해 100세가 된다. 전시는 100세 현역 작가의 한 세기의 세계를 펼쳐놓는다. 인류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아서.
전시는 후지시로 세이지가 조선 설화를 읽고 재제작한 ‘선녀와 나무꾼’ 시리즈를 비롯해 1950년대 신문 잡지에 연재됐던 ‘모노크롬’ 작품, 6m가 넘는 화려한 색채의 초대형 작품까지 200여 점의 원화를 선보인다.
후지시로 세이지가 카게에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이다. 그는 게이오대학 경제학부 예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는 그림동아리 ‘팔레트 클럽’과, 인형극 아동문화연구회에도 들어갔다. 전쟁이 끝난 후 후지시로는 평화로움 속에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전쟁 중에는 배급이 돼 구할 수 있던 물감을 전후에는 아무것도 구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빛과 그림자만 있으면 가능한 예술 작품, 카게에가 시작되었다.
‘월광의 소나타 月光の響’(사진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제공)
1948년부터 쿠라시노테쵸우에 세이지의 카게에가 동화로 소개되었다. 처음에는 모노크롬으로 실리다 1974년부터 컬러로 연재, 1988년까지 40년간 총 220편에 이른다. 이 카게에 동화의 인기에 힘입어 잡지는 당시 10만 구독자 수를 넘는 기록을 달성했으며, 1973년 잡지에 실린 카게에 동화를 모아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 두 권을 출간했다. 이 동화책에는 우리의 설화 두 편이 실려 있는데 A권에는 ‘개와 고양이의 구슬’, B권에는 ‘선녀와 나무꾼1958’이 담겨 있다. 후지시로가 카게에로 화폭에 담은 ‘선녀와 나무꾼’, ‘개와 고양이와 구슬’은 ‘사슴이 맺어준 색시’, ‘용궁으로 간 할아버지’로 제목을 붙여 이야기를 소개한다.‘선녀와 나무꾼’ 시리즈(사진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제공)
100세를 맞은 후지시로 세이지는 일본 대중문화예술의 시작과 발전의 상징적 작가이다. NHK가 1952년 개국 시험방송을 하면서 방송은 후지시로의 콘텐츠로 채웠다. 1950년 소니가 음성과 영상을 결합한 오토슬라이드를 출시했는데 광고에도 후지시로의 카게에 작품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오토슬라이드는 이후 1960년대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잡지, 공익광고, TV 날씨예보까지 그의 발자취는 그대로 남아 있다.전시는 그의 역사적 발자취를 담은 작품들과, 애정을 담아 아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후지시로가 전시 도면도 직접 그려 그 의미를 더한다.
Info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기간: ~2024년 4월7일
시간: 10:00~19:00(마지막 입장 18:00)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기간: ~2024년 4월7일
시간: 10:00~19:00(마지막 입장 18:00)
[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3호(24.4.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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