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기괴함’, ‘세련된 그로테스크’. 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역설적인 표현이 늘 수식어로 붙는 뮤지컬 ‘스위니토드’.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완벽성을 한데 버무린 결과 배우들과 관객들로 하여금 ‘완성된 예술’이라는 평을 얻었다. 숨 가쁘게 쫓는 음악과 서사, 그 사이 마치 인공호흡이라도 하듯 거듭 터지는 코미디까지. 그 중심에는 이들이 있다. 이발소와, 파이 가게 주인으로 분해 각각 복수와, 사랑에 빠진 배우 6인(강필석, 신성록, 이규형, 전미도, 김지현, 린아)의 이야기를 프레스콜 현장에서 들어봤다.
불안과 공포가 가득하던 19세기 영국. 배경으로 아내와 딸을 보살피던 젊고 능력 있는 이발사 ‘벤자민 바커’는 그의 아내를 탐한 ‘터핀 판사’에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 끝에 15년 만에 돌아온다. 벤자민은 아내와 딸을 빼앗고 그를 불행으로 몰아넣은 터핀 판사와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복수를 펼친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파격적인 스토리와, 뮤지컬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기괴하지만 완벽하게 계산된 특유의 음악이 어우러진 스릴러 뮤지컬이다. 197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토니 어워즈 8개 부문, 올리비에 어워즈 9개 부문을 수상했고 이후 오리지널 프로덕션, 런던 프로덕션,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프로덕션까지 해외 유수의 상을 수상하며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전 세계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2008년엔 팀 버튼 감독 연출,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알란 릭맨이 출연한 뮤지컬 원작의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기도 했다. 3년 만에 돌아온 한국 공연은 프리뷰 티켓 오픈 당시 5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연말연시 필람 공연’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극의 무대는 런던의 우울하고 어두운 뒷골목에 버려진 ‘폐공장’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3층 규모의 폐쇄적인 철골 구조물은 상황에 맞춰 각종 공간으로 변신한다. 그중에서도 러빗 부인의 파이 가게(1층)와, 스위니 토드의 이발소(2층)는 주목해볼 부분. 토드가 위층에서 사람을 죽인 뒤 이발소 의자의 레버를 당기면, 바닥 슬라이드 공간을 통해 아래층 파이 가게로 떨어진다. 기묘하게도 이발소에 손님이 찾아오면, 파이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복수를 기반으로 하는 극의 스토리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캐릭터 간의 복잡한 감정을 따라가고, 그 긴박감이 마치 팽팽히 당긴 현처럼 유지된다. 그 속에 인간성이 결여된 세태를 향한 날카롭고 재치 있는 풍자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시작부터 흘러나오는 특수 효과음은 극의 공포감을 한층 더 깊게 만드는 요소로, 마치 손톱으로 쇠나, 칠판을 긁는 듯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한다. 드라마의 전개와 캐릭터에 따른 스티븐 손드하임의 철저하게 계산된 변박자의 음악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 이처럼, 공포와 코미디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속에서 무대와 조명, 음악적 요소들이 극의 분위기를 한순간에 변모시키는 요소로 등장한다. 특히 올해는 작곡자인 스티븐 손드하임의 서거 1주년이 되는 해로, 생전에 그가 가장 관심 어린 애정을 쏟았던 한국 프로덕션인 만큼 이번 시즌은 특별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스위니 토드’ 역에 배우 강필석, 신성록, 이규형이 합류,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벤자민 바커부터 복수심에 불타 광기 어린 감정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스위니 토드까지 폭넓은 인물의 변화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연극 ‘햄릿’, 뮤지컬 ‘썸씽로튼’, ‘곤 투모로우’, ‘광화문연가’ 등 다채로운 작품에서 강한 임팩트를 남긴 강필석과, 브라운관뿐만 아니라 뮤지컬 무대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선보이는 배우 신성록, 뮤지컬 ‘시라노’, ‘헤드윅’, ‘젠틀맨스 가이드’ 등 장르불문 변신을 거듭하는 이규형. 세 사람이 보여주는 독창적인 캐릭터 해석력은 단연 기대되는 부분이다. 스위니 토드의 복수를 돕는 ‘러빗 부인’ 역은 전미도, 김지현, 린아 세 배우가 맡았다. 무대와 브라운관을 불문하고 매번 기대를 뛰어넘는 모습을 선보이는 전미도는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러빗 부인으로 6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또한 올해 드라마 ‘서른, 아홉’,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뮤지컬 ‘렛미플라이’ 등 장르를 뛰어넘어 활약 중인 배우 김지현과,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벤허’, ‘노트르담 드 파리’ 등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공고히 다져온 린아도 합류했다. 모두 믿고 보는 배우들인 만큼 한층 농익고 여유 있는 러빗의 모습으로 스위니 토드를 쥐락펴락하는 특별한 케미를 발산하며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2023년 3월5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Q 첫 공연을 마친 소감을 부탁드린다.
신성록(스위니 토드 역): "주변 배우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스위니토드’를 하고 싶어하는 배우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좋은 작품이구나’ 예상만 하고 있었다. 첫 주 공연을 올리고 친분 있는 프로듀서가 소감을 물었을 때, ‘나 너무 행복해’라고 대답을 했다. 가장 완성된 예술 속에 제가 속할 수 있다는 것이 배우로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Q 강필석 배우는 페어가 이전 공연에서 함께 한 분들이다. 이전 필모그래피와 결이 다른 캐릭터인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가.
강필석(스위니 토드 역) "세 분의 러빗 부인과 오랜만에 만났는데, 같이 작업하는 것이 행복했다. ‘번지점프를 하다’, ‘해를 품은 달’을 함께 했는데, 성장을 한 세 배우들의 모습이 놀라웠다. 저의 경우 기존에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도 그것을 참아내고 혼자 버티는 역할을 많이 했다. 반면 토드는 참지 않는다. 화가 많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좀 더 직감적으로 본능적으로, 더 강하게 에너지를 낼 수 있는 표현이 무엇일까에 많은 집중을 했다."
Q 러빗 부인이란 캐릭터에 대해 배우로서 느끼고, 해석한 바는?
전미도(러빗 부인 역) "저는 인물이 희로애락을 다 표현하는 역할일 때 가장 재미있다고 느낀다. 작품 속 러빗 부인이 유난히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인 거 같다. 극적인 상황을 연기하는 만큼 긴장되고 무섭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보람이 느껴진다."
김지현(러빗 부인 역) "다이내믹한 상황을 굉장히 급진적으로 전개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면서 얻는 쾌감이 크다. 또한 제작사에서 ‘스위니토드’를 만들 때 관객 분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많이 만들어주셨다. 대극장 극에서 관객들과 티키타카하는 극이 많지 않은데, 많은 분들과 함께 호흡을 나눌 수 있는 게 짜릿한 점이 아닐까 싶다."
린아(러빗 부인 역) "상황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고 올바르지 않는 상황인데, 주인공들과 인물들이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면에서 오는 ‘말도 안 되는 재미’가 있다. 공연을 하면서도 새삼스럽게 재미있을 때가 많다. 다시 한번 하게 되어서 기쁘다."
Q 전미도 배우는 6년 만에 ‘스위니토드’에 도전했다.
전미도 "(필모 중)많은 인물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특별히 ‘스위니토드’의 러빗 부인은 너무 즐겁게 하는 역할이다 보니 그리웠다. 작품과 배우가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스위니토드’와 제가 인연이 맞았던 것 같다. 관객 분들이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다. 6살 더 먹고 하니 전보다 더 힘이 드는 것 같다(웃음). 체력 분배를 잘해서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Q 토드 역의 세 분의 매력이 정말 다르다. 다른 배우들의 이런 점이 매력이구나 싶은 점은?
이규형(스위니 토드 역) "연습 시작부터 강필석 형이 음악적인 부분, 소리 내는 법 등을 가르쳐주면서 많이 이끌어주었다. 별명이 에이스였다. 신성록 형은 피지컬부터 압도적인 아우라를 흉내 낼 수가 없다. 각자의 에너지가 다르다 보니 연출가 분도 각각 다른 디렉팅을 주셨다."
신성록 "규형 씨는 배우로서 센스가 좋은 친구다. 연습 때부터 호흡적인 부분에 있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하더라. 많이 보고 배웠고, 자극을 받는 등 도움이 됐다. 강필석 형은 많은 배우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바닥을 뚫는 듯한 깊음, 울림 같은 연기가 있다. 진하게 오는 부분이 있으니 꼭 예매하고 보시면 좋겠다(웃음)."
강필석 "규형 씨는 확실히 센스가 최고다. 생각지 못한 부분을 시도하고 그것을 자기화시켜서 만들어내는 것이 놀라웠다. 많이 배웠다. 성록 씨는 목소리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만난 지 5~6년 됐는데 더욱 깊어져 있었다. 호흡이나 연기를 대하는 자세 등이 상당히 깊어졌다. 많이 배울 수 있었다."
Q ‘스위니토드’는 불협화음, 언어유희 등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배우로서 매혹적으로 느낀 점, 어렵게 느낀 점은 어떤 게 있었나.
강필석 "참 어렵다. 토드 역의 세 배우들이 음원을 익히는 데 한 달가량 시간이 든 거 같다. 정확한 음정을 익히지 않으면 안될 거 같은 뮤지컬이다. 한 음, 한 음 익히면서 알 수 없는 변박과, 어디로 갈지 모르는 진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고민했다). 공연을 올리며 느낀 건 ‘음정을 정확히 익히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음악이 극 중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더라. 손드하임 작곡가가 대단한 분이라는 걸 느꼈다. 음악을 익히고 나니 아직도 찾을 게 많지만, 날개를 달아주는 거 같다."
사진 및 자료제공 오디컴퍼니㈜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2호 (23.01.10) 기사입니다]
불안과 공포가 가득하던 19세기 영국. 배경으로 아내와 딸을 보살피던 젊고 능력 있는 이발사 ‘벤자민 바커’는 그의 아내를 탐한 ‘터핀 판사’에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 끝에 15년 만에 돌아온다. 벤자민은 아내와 딸을 빼앗고 그를 불행으로 몰아넣은 터핀 판사와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복수를 펼친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파격적인 스토리와, 뮤지컬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기괴하지만 완벽하게 계산된 특유의 음악이 어우러진 스릴러 뮤지컬이다. 197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토니 어워즈 8개 부문, 올리비에 어워즈 9개 부문을 수상했고 이후 오리지널 프로덕션, 런던 프로덕션,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프로덕션까지 해외 유수의 상을 수상하며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전 세계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2008년엔 팀 버튼 감독 연출,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알란 릭맨이 출연한 뮤지컬 원작의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기도 했다. 3년 만에 돌아온 한국 공연은 프리뷰 티켓 오픈 당시 5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연말연시 필람 공연’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故손드하임, 오랜 시간 사랑받는 극의 저력
뮤지컬 '스위니토드’ 프레스콜 시연 중 (좌)신성록(스위니토드), (우)린아(러빗부인)(사진 오디컴퍼니(주)11
극의 무대는 런던의 우울하고 어두운 뒷골목에 버려진 ‘폐공장’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3층 규모의 폐쇄적인 철골 구조물은 상황에 맞춰 각종 공간으로 변신한다. 그중에서도 러빗 부인의 파이 가게(1층)와, 스위니 토드의 이발소(2층)는 주목해볼 부분. 토드가 위층에서 사람을 죽인 뒤 이발소 의자의 레버를 당기면, 바닥 슬라이드 공간을 통해 아래층 파이 가게로 떨어진다. 기묘하게도 이발소에 손님이 찾아오면, 파이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복수를 기반으로 하는 극의 스토리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캐릭터 간의 복잡한 감정을 따라가고, 그 긴박감이 마치 팽팽히 당긴 현처럼 유지된다. 그 속에 인간성이 결여된 세태를 향한 날카롭고 재치 있는 풍자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시작부터 흘러나오는 특수 효과음은 극의 공포감을 한층 더 깊게 만드는 요소로, 마치 손톱으로 쇠나, 칠판을 긁는 듯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한다. 드라마의 전개와 캐릭터에 따른 스티븐 손드하임의 철저하게 계산된 변박자의 음악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 이처럼, 공포와 코미디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속에서 무대와 조명, 음악적 요소들이 극의 분위기를 한순간에 변모시키는 요소로 등장한다. 특히 올해는 작곡자인 스티븐 손드하임의 서거 1주년이 되는 해로, 생전에 그가 가장 관심 어린 애정을 쏟았던 한국 프로덕션인 만큼 이번 시즌은 특별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스위니 토드’ 역에 배우 강필석, 신성록, 이규형이 합류,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벤자민 바커부터 복수심에 불타 광기 어린 감정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스위니 토드까지 폭넓은 인물의 변화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연극 ‘햄릿’, 뮤지컬 ‘썸씽로튼’, ‘곤 투모로우’, ‘광화문연가’ 등 다채로운 작품에서 강한 임팩트를 남긴 강필석과, 브라운관뿐만 아니라 뮤지컬 무대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선보이는 배우 신성록, 뮤지컬 ‘시라노’, ‘헤드윅’, ‘젠틀맨스 가이드’ 등 장르불문 변신을 거듭하는 이규형. 세 사람이 보여주는 독창적인 캐릭터 해석력은 단연 기대되는 부분이다. 스위니 토드의 복수를 돕는 ‘러빗 부인’ 역은 전미도, 김지현, 린아 세 배우가 맡았다. 무대와 브라운관을 불문하고 매번 기대를 뛰어넘는 모습을 선보이는 전미도는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러빗 부인으로 6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또한 올해 드라마 ‘서른, 아홉’,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뮤지컬 ‘렛미플라이’ 등 장르를 뛰어넘어 활약 중인 배우 김지현과,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벤허’, ‘노트르담 드 파리’ 등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공고히 다져온 린아도 합류했다. 모두 믿고 보는 배우들인 만큼 한층 농익고 여유 있는 러빗의 모습으로 스위니 토드를 쥐락펴락하는 특별한 케미를 발산하며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2023년 3월5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Mini Interview 뮤지컬 ‘스위니토드’ 주역 6인방
(사진 오디컴퍼니(주))
Q 첫 공연을 마친 소감을 부탁드린다.
신성록(스위니 토드 역): "주변 배우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스위니토드’를 하고 싶어하는 배우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좋은 작품이구나’ 예상만 하고 있었다. 첫 주 공연을 올리고 친분 있는 프로듀서가 소감을 물었을 때, ‘나 너무 행복해’라고 대답을 했다. 가장 완성된 예술 속에 제가 속할 수 있다는 것이 배우로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Q 강필석 배우는 페어가 이전 공연에서 함께 한 분들이다. 이전 필모그래피와 결이 다른 캐릭터인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가.
강필석(스위니 토드 역) "세 분의 러빗 부인과 오랜만에 만났는데, 같이 작업하는 것이 행복했다. ‘번지점프를 하다’, ‘해를 품은 달’을 함께 했는데, 성장을 한 세 배우들의 모습이 놀라웠다. 저의 경우 기존에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도 그것을 참아내고 혼자 버티는 역할을 많이 했다. 반면 토드는 참지 않는다. 화가 많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좀 더 직감적으로 본능적으로, 더 강하게 에너지를 낼 수 있는 표현이 무엇일까에 많은 집중을 했다."
Q 러빗 부인이란 캐릭터에 대해 배우로서 느끼고, 해석한 바는?
전미도(러빗 부인 역) "저는 인물이 희로애락을 다 표현하는 역할일 때 가장 재미있다고 느낀다. 작품 속 러빗 부인이 유난히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인 거 같다. 극적인 상황을 연기하는 만큼 긴장되고 무섭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보람이 느껴진다."
김지현(러빗 부인 역) "다이내믹한 상황을 굉장히 급진적으로 전개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면서 얻는 쾌감이 크다. 또한 제작사에서 ‘스위니토드’를 만들 때 관객 분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많이 만들어주셨다. 대극장 극에서 관객들과 티키타카하는 극이 많지 않은데, 많은 분들과 함께 호흡을 나눌 수 있는 게 짜릿한 점이 아닐까 싶다."
린아(러빗 부인 역) "상황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고 올바르지 않는 상황인데, 주인공들과 인물들이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면에서 오는 ‘말도 안 되는 재미’가 있다. 공연을 하면서도 새삼스럽게 재미있을 때가 많다. 다시 한번 하게 되어서 기쁘다."
Q 전미도 배우는 6년 만에 ‘스위니토드’에 도전했다.
전미도 "(필모 중)많은 인물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특별히 ‘스위니토드’의 러빗 부인은 너무 즐겁게 하는 역할이다 보니 그리웠다. 작품과 배우가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스위니토드’와 제가 인연이 맞았던 것 같다. 관객 분들이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다. 6살 더 먹고 하니 전보다 더 힘이 드는 것 같다(웃음). 체력 분배를 잘해서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Q 토드 역의 세 분의 매력이 정말 다르다. 다른 배우들의 이런 점이 매력이구나 싶은 점은?
이규형(스위니 토드 역) "연습 시작부터 강필석 형이 음악적인 부분, 소리 내는 법 등을 가르쳐주면서 많이 이끌어주었다. 별명이 에이스였다. 신성록 형은 피지컬부터 압도적인 아우라를 흉내 낼 수가 없다. 각자의 에너지가 다르다 보니 연출가 분도 각각 다른 디렉팅을 주셨다."
신성록 "규형 씨는 배우로서 센스가 좋은 친구다. 연습 때부터 호흡적인 부분에 있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하더라. 많이 보고 배웠고, 자극을 받는 등 도움이 됐다. 강필석 형은 많은 배우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바닥을 뚫는 듯한 깊음, 울림 같은 연기가 있다. 진하게 오는 부분이 있으니 꼭 예매하고 보시면 좋겠다(웃음)."
강필석 "규형 씨는 확실히 센스가 최고다. 생각지 못한 부분을 시도하고 그것을 자기화시켜서 만들어내는 것이 놀라웠다. 많이 배웠다. 성록 씨는 목소리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만난 지 5~6년 됐는데 더욱 깊어져 있었다. 호흡이나 연기를 대하는 자세 등이 상당히 깊어졌다. 많이 배울 수 있었다."
Q ‘스위니토드’는 불협화음, 언어유희 등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배우로서 매혹적으로 느낀 점, 어렵게 느낀 점은 어떤 게 있었나.
강필석 "참 어렵다. 토드 역의 세 배우들이 음원을 익히는 데 한 달가량 시간이 든 거 같다. 정확한 음정을 익히지 않으면 안될 거 같은 뮤지컬이다. 한 음, 한 음 익히면서 알 수 없는 변박과, 어디로 갈지 모르는 진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고민했다). 공연을 올리며 느낀 건 ‘음정을 정확히 익히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음악이 극 중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더라. 손드하임 작곡가가 대단한 분이라는 걸 느꼈다. 음악을 익히고 나니 아직도 찾을 게 많지만, 날개를 달아주는 거 같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프레스콜 시연 중 (중앙)강필석, 김지현 외(사진 오디컴퍼니(주))
사진 및 자료제공 오디컴퍼니㈜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2호 (23.01.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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