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려, 그게 바로 예술이야!
이 작품의 한국 초연은 2010년 명동예술극장이었다. 따뜻한 번역과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로 극은 그해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었다. 2013년, 이후 재공연 요청이 많아 10년 만에 돌아왔다. 다시 소박하지만 깊은 감동을 맞는다.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프로스랩
탄광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은 미술동인 ‘애싱턴 그룹’ 이야기를 바탕으로 2007년 ‘광부 화가들’을 영국 뉴캐슬 라이브씨어터에 처음 선보였다. 연극은 ‘모두가 봐야 하는 아름다움 예술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런던 공연까지 이어졌다.
1934년 영국 뉴캐슬의 탄광지대 애싱턴. 평생 좁고 캄캄한 갱도에서 삶을 살던 광부들이 매주 화요일 저녁, ‘미술 감상수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교실에서 광부들이 강사를 기다린다. 강사 라이언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최고 화가들, 일테면 성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를 비롯한 르네상스 명화를 보여주며 미술사를 설명한다.
그러나 ‘그림의 의미’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광부들의 의도는 라이언의 수업과 맞지 않는다. 곧 이론 수업의 무의미함을 깨달은 라이언은 미술 감상 대신 수강생들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 그림을 꺼내 보이는 것조차 부끄러워했던 광부들은 자신들을 표현할 수 있는 그림 작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후 이 광부 화가들의 모임은 ‘애싱턴 우드혼 탄광노동조합 미술감상반’에서 ‘애싱턴 그룹’ 미술 동인으로 발전한다. 광부들과 이들의 그림은 조금씩 유명해진다. 미술 수집가이자 예술지원자인 헬렌 서더랜드. 그녀는 광부화가 올리버에게 후원을 약속하며 애싱턴을 떠나 전업 화가로서의 생활을 권유한다.
이 작품은 미술관에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관객은 객석에 앉아 레오나르드 다빈치와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를 비롯하여 유명 화가들의 그림뿐 아니라, 우드혼 탄광박물관에 있는 애싱턴 그룹의 생동감 있는 작품들까지 감상한다. 광부들의 현실감 있는 소박한 그림에서 그들의 인생을 엿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도 감상포인트이다. 광부 화가 올리버는 편지에 이렇게 글을 썼다. ‘우리가 긴 인생에서 중요했던 것은, 우리가 한 번도 상업적인 그룹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이상을 지켜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탄광촌의 지상과 지하의 삶을 그렸습니다. 인생은 흐르고, 우리는 인생을 그립니다. 우스운 것은, 어쩌다 그림을 그렸는데, 그게 인생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Info
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기간 ~2023년 1월22일
티켓 R석 7만 원, S석 5만 원
시간 화~금 7시30분 / 토3시, 7시30분 / 일 2시, 6시30분
출연 조지 – 정석용, 송재룡 / 올리버 – 박원상, 강신일 / 지미 –윤상화, 오용 / 해리 – 김중기, 오대석 / 헬렌 – 문소리, 송선미 등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2호 (23.01.10) 기사입니다]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