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인사들이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계기로 국립근대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뜻을 재차 피력했다. 지난 정부에서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절차적 정당성 없이 정치적 성과로 포장한 것에 반발하며 새 정부에서 재고를 촉구했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와 최열 전 문화재전문위원, 김홍남 전 등 미술계 인사 670여 명이 참여한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13일 모임 결성 1주년을 맞아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거듭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정부의 '이건희 기증관' 건립 결정은 공청회도 열지 않은 졸속 결정"이라며 "새 정부가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모임은 지난해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계기로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기 위해 기증품 가운데 근대 작품을 모태로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촉구했지만 현실은 매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국립근대미술관은 시민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국민국가 공동체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표상하는 상징적인 공간이자 기관"이라며 "선진국들은 시대별, 장르별 미술박물관(Art Museum)을 갖췄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미술관 운영 사례를 들며 시대와 장르별로 전문박물관과 미술관을 설립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후보 장소로 최근 개방된 청와대와 이건희 기증관 건립 예정지인 송현동 부지 2곳을 제시했다.
이미 기증자 가족이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증자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추가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건희 컬렉션 기증품을 분석한 결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유물이 88.9%를 차지하고 이 중에서 서적(전적류)이 57.9%, 도자가 15.5%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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