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문화권에서도 백제나 신라 못지 않게 규모가 큰 토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남도 함안에 가야 왕궁지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유은식)는 경상남도 함안군에 위치한 '함안 가야리 유적'(사적) 발굴조사를 통해 아라가야 (추정)왕궁지를 둘러싼 토성의 전체 길이가 최소 2㎞ 이상인 것을 확인했다.
이같은 규모는 신라의 왕궁인 경주 월성(약 2.34km), 백제의 왕궁인 부여 부소산성(약 2.4km) 등과 비슷하다. 대규모 노동력을 투입해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만큼의 중요한 시설이 이곳에 존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존에는 가야문화권에서는 1.7㎞ 규모 고령 주산성이 가장 컸다.
함안 가야리 유적 시굴조사 현황 [사진 제공 = 문화재청]
함안 가야리 유적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진행된 발굴조사를 통해 5세기 후반~6세기대에 만들어진 토성과 목책, 수혈건물지 등 당시의 생활상과 토목 기술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유구가 확인된 바 있다. 1656년 실학자 유형원이 편찬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찬 전국지리지인 동국여지지(東國與地志) 등 고문헌 자료로만 전해지던 아라가야의 왕궁지로 간주할 만한 학술적 중요성이 인정돼 2019년 사적으로 지정됐다.그동안 발굴조사는 여러 사유로 조사구역이 제한되면서 전체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서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추정)왕궁지를 둘러싼 토성의 전체 규모와 형태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유적 일대에 항공 라이다 측량과 고지형 분석 등을 통해 토성의 본 모습과 당시 지형에 대한 복원을 시도했다.
함안 가야리 유적 항공 라이다 측량 결과물 [사진 제공 = 문화재청]
토성의 잔존 가능성이 높은 사적 지정구역(19만5008㎡) 내 34곳을 선정해 토성의 실존 여부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토성과 관련된 목주혈(나무기둥 구멍)과 성토층 등 토성을 쌓기 위한 흔적이 지정구역 내에 전체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이를 선 단위로 연결해 추산한 토성 길이는 2km 이상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중 성벽 형태를 띠는 듯한 구간도 확인돼 향후 정밀 조사로 의미를 밝혀낼 예정이다.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14일 자문회의를 열어 이번 조사결과를 검토하고 향후 조사추진 방향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으로 중장기적 조사계획을 수립해 토성의 축성법, 건물지 및 출입시설 등 토성 내부의 주요 시설에 대한 발굴조사 등 연구도 추진할 예정이다. 발굴조사 기간 중에도 주요 발굴성과 등을 공유하고 자유로운 탐방이 가능하도록 상시 개방할 예정이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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