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군 내장산에 가을이 왔다. 불타오르던 단풍이 거대한 백합봉에 가려 그늘이 졌지만 백양사는 고요하다. 백합봉을 닮은 구름도 평화롭게 떠 있다.
이상표 작가(61)는 2013년 현지를 방문해 사진을 찍은 후 숱한 실패 끝에 한국화 작품 '백양사'를 완성했다. 전문경영인에서 화가로 변신한 후 끈질긴 붓질과 조형 실험 끝에 자신만의 화풍을 이뤘다.
그가 오랜 공을 들인 작품 60여점을 모아 첫 개인전 '길, 고향산천 그리고 여행'을 11월 3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2층 전관에서 연다. 삼성전기 전무와 신한다이아몬드 사장을 역임한 그는 중국 주재원 시절 천진 남계대의 유자청 교수에게 그림을 배우고, 한국에서는 '봄의 작가'로 유명한 오용길 전 이화여대 미대 학장을 사사했다.
이번 전시작들은 중국과 한국의 여러 화법을 접목해 사물의 감동을 그대로 담아내는 세밀 한국화 화풍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연이나 사물이 주는 감동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빛의 흐름을 정확하게 잡아 입체감을 만든다. 그 흐름이 과장되지 않도록 선으로 절제했다. 전문 작가들이 특정 제재에 천착하는 것과 달리 그는 실경산수, 인물, 동물, 해외풍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거침없이 그려냈다.
이상표 '들국화가 있는 풍경'(71cmx92cm) 수묵담채 2020
첫 주제인 '길'에서는 우리가 길 위에서 만나는 일상의 풍경을 담아내고, 둘째 주제 '고향산천'에서는 단양 사인암, 풍기 금선정, 속리산 문장대, 설악산 토왕성 폭포의 겨울, 진부 오대천 등의 사계절을 담아냈다. 마지막 '여행'에서는 포르투갈의 파티마 성당, 오비도스 마을, 에스토릴 해변, 뉴욕 호보캔 파크, 이탈리아 북부 인두나와 올로나 등 해외 풍경을 선보인다.이상표 '프랑스 디종파크'(66x90cm)2020
작가는 "눈에 비치는 자연의 감동을 가감 없이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며 "사진과 유사한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 보여주지 못하는 현장의 감동, 여운, 사람의 감정까지 담아내려고 한다"고 밝혔다.이번이 첫 공식 개인전이지만 이미 39회 국전과 목우회전에 입상해 전문작가로서의 기량을 검증받은 바 있다. 2011년 삼성 천진 법인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천진 미술협회 잡지 '서화지가(書畵之家)'에 작품 3점이 추천돼 게재된 바 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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