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사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가운데 일본의 한 온라인 포털 사이트가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을 납득하느냐는 취지의 설문조사를 진행해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빈축을 사고 있다.
일본 포털 '야후 재팬'은 지난 10일 오후 홈페이지에 '기생충'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달성 관련 기사를 게재하고 기사 하단 '모두의 의견' 코너를 통해 "'기생충 반지하의 가족'('기생충'의 일본명)의 작품상 수상에 납득하나?"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페이지에는 설문과 함께 '기생충' 내용에 대한 간단한 소개,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이전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및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수상 관련 기사도 함께 실렸다.
설문은 "영어 이외의 작품이 작품상을 받은 것은 아카데미 사상 최초이며 한국 영화로도 첫 수상이다"라며 "당신은 이 결과에 납득하는가"라고 물었다. 12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설문에는 1만 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설문에서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에 '납득한다'라는 의견이 69.1%(7096표),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30.9%(3166표)로 수상에 긍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설문은 오는 20일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참여자는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다.
야후 재팬의 설문조사는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퍼지며 국내 누리꾼들의 빈축을 샀다. 한 누리꾼은 "(미국 영화제인데) 일본이 인정을 못하면 뭐 어떻게 할 것인가"(공****)라고 반문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일본이 납득하든 말든 상관없다"며 "이미 오스카와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iyh****)이라고 밝혔다.
일본 내부에서도 설문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설문에 댓글을 단 현지 누리꾼은 "어떻게든 발목을 잡으려는 이 한심한 질문은 무엇인가"라며 "동 시기의 일본 영화 라인업을 생각해 보라"(Tada****)고 비판했다. 또 "설문을 멈추라"면서 "이런 일을 하면서 부끄럽지 않나"(Reik****)라고 일갈한 현지 누리꾼도 있었다. 다만 일부 누리꾼은 반감을 표하며 "이런 재미없는 스토리가 상을 독차지하다니 아카데미 위원에게 뒷돈이 건네졌다고 봐도 무방하다"(Fusa****)라며 근거 없는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일반적으로 '기생충'에 대한 평가는 높은 편이다. 일본 영화감독이자 평론가인 히구치 나오후미는 설문이 올라온 야후 재팬을 통해 '조커'와 비교하면서 "'조커'도 사회적 약자의 역습을 주제로 한 얘기지만 솔직히 말하면 수상 가능성은 없었다"며 "기생충에는 승자와 패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보다 끝없는 두려움과 괴로움을 그려낸다"고 호평했다.
[디지털뉴스국 김형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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