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코미디로 자리매김 해온 KBS2TV '개그콘서트'가 19일 1000회를 맞는다. 13일 오전 여의도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 모인 역대 출연자와 연출진은 20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프로그램을 되돌아보고 1000회 특집을 기념하는 자리를 가졌다. 매주 일요일 저녁 전국민을 티비 앞으로 모이게 했던 전성기와 달리 최근 몇년 간 이어지고 있는 부진을 극복할 대책을 절실하게 찾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는 개그콘서트의 최초 무대를 꾸린 선배 개그맨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와 역대 방송을 이끌어온 강유미, 신봉선, 유민상 등 후배 개그맨들이 함께했다. 전유성은 "(개그콘서트가) 200회 정도 했을 적에 주변에서 '500, 1000회 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걸 들으며 헛소리가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1000회가 됐다"며 웃었다. "저에게 개그콘서트는 다섯 번째 아이와도 같다"고 운을 뗀 김미화는 "이렇게 20년 동안이나 줄곧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이 있었나. 엄마처럼 기쁜 마음"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19일 방송되는 1000회는 모두 18개의 코너로 구성된다. 누구나 알만한 전설적인 코너와 현존 코너를 골고루 선보일 예정이다.
1999년 7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개그콘서트는 '토요일 밤의 열기'로 첫 방송을 시작했다. 전유성, 김미화, 백재현, 김대희, 심현섭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개그맨들이 원년멤버로 출연했다. 김미화는 "개그콘서트는 한 잔의 커피잔에서 탄생했다"며 "신인들이 커피심부름만 하고 퇴근하는 쓸쓸한 모습을 보면서 저런 후배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시작"이라고 전했다.
KBS에서 1000회 특집을 맞아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개그콘서트의 최장수 코너는 3년 11개월 동안 197회 방송된 '달인'이다. 최다 출연자는 총 797회 등장한 김준호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대희는 최근 내기 골프 논란으로 참석하지 못한 동료 김준호에 대해 "개그콘서트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한 사람이 있다"며 "둘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우리의 목표는 1000회까지 하는거라고 말도 안되는 심정으로 얘기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첫 회 당시 16.3%의 시청률로 시작한 개그콘서트는 200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생활 사투리, 분장실의 강선생님 등의 인기코너와 갈갈이, 옥동자, 브라우니 등 수많은 캐릭터가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공개코미디로서 적극적인 신인 발굴에도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개그콘서트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는 어느 때보다 산적해있다. 가학성 짙은 웃음 포인트, 외모비판이 주류였던 콘텐츠에 대한 돌파구와 엄격해진 시청자들의 사회적 잣대, 급변하는 방송 플랫폼 등에 대한 적응 문제에 직면해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2019년 상반기 현재 시청률은 5%대에 머무른다. 박형근 피디는 "그 동안 어떻게 웃길까만 고민했지 시청자께 어떤 웃음을 드려야 할 지, 어떤 웃음을 원하는 지에 대한 고민은 미처 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도 "개그의 콘텐츠, 즉 웃음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1000회를 기점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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