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과 사랑에 빠진 한(恨)의 민족.'
요즘 대중음악계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말은 없을 것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엠넷 '쇼미더머니 777(트리플세븐)'의 지난 12일 방송분은 유료채널기준 15~34세의 타깃 시청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1일 방영된 회차부터 4회 연속 정상이다. '슈퍼스타 K' 'K팝 스타' 등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즌을 거듭하며 관심도가 뚝 떨어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쇼미더머니 777'은 엠넷이 2012년 시작한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넓은 체육관에서 진행하는 예선전은 이 프로그램의 상징이다. 전국과 해외 각국에서 모여든 1만여 명의 참가자들이 각자가 써온 가사로 프로듀서들에게 심사받는다. 이미 프로로 데뷔했다가 재기를 위해 예선에 참가하는 이들도 있는데, 자기 후배뻘인 심사위원에게 랩을 한번 들려주기 위해서 몇 시간이고 그저 기다린다. 본선에 들어간 이들은 서로 팀을 맺거나 개별전을 펼치며 억대 우승 상금을 향해 달려간다. 상대방을 랩으로 비판·비난하는 '디스(diss)전'에서는 인신공격이 난무해 마치 이종 격투기를 보는 듯 잔인하다는 평가다.
이번 시즌에서 일부 출연자는 사생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고 이런 논란 자체가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출연진이 참여한 첫 음원 미션곡의 인기가 이를 방증한다. 발매 즉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점령했다. 특히 6일 멜론 일간 1위를 차지한 '굿데이'는 현재(16일 오후 2시)까지도 실시간 차트 5위에 랭크돼 있다. 같은 시간 발라드 절대 지존 임창정의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6위), 바이브의 '가을 타나 봐'(7위), 로이킴 '우리 그만하자'(9위)보다도 위에 있는 것이니 그 인기를 짐작해 볼 만하다. '쇼미더머니'의 인기에 고무된 엠넷은 지난해 '고등래퍼'를 론칭했으며 올해 시즌2에서는 김하온이라는 차세대 힙합 스타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김반야 대중음악평론가는 "국내 힙합 강세는 '쇼미더머니' 류의 힙합 예능을 통해 새로운 스타가 계속 배출된 게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서재페)'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등 명맥을 유지하는 비(非)힙합 페스티벌에서 힙합 뮤지션이 차지하는 공간도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서재페'에서는 에픽하이, 크러쉬를, '펜타포트'에서는 김하온, 마이크로닷, 키썸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아울러 공연, 음원 등 수익으로 수십억 원을 번다고 하는 도끼, 더콰이엇, 스윙스 등의 힙합 뮤지션이 늘어나면서 장르 간 빈부격차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힙합 인기는 한국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올해 미국 빌보드에서 비틀스, 마이클 잭슨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드레이크는 캐나다 출신 힙합 뮤지션이다. 한국 보이그룹 방탄소년단, 갓세븐, 몬스타엑스가 미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도 강한 힙합 색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병욱 대중음악평론가는 "힙합 음악은 여타 음악에 비해 직접 음악을 만드는 것에 대한 문턱이 훨씬 낮다"고 '쇼미더머니'를 필두로 한 한국 내 힙합 붐 원인을 풀이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실제 힙합의 특성과 상관없이 힙합을 생각과 감정, 에너지의 배설구로 활용한다"며 "앞으로도 한동안 힙합이 주류 소비 장르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요즘 대중음악계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말은 없을 것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엠넷 '쇼미더머니 777(트리플세븐)'의 지난 12일 방송분은 유료채널기준 15~34세의 타깃 시청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1일 방영된 회차부터 4회 연속 정상이다. '슈퍼스타 K' 'K팝 스타' 등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즌을 거듭하며 관심도가 뚝 떨어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쇼미더머니 777'은 엠넷이 2012년 시작한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넓은 체육관에서 진행하는 예선전은 이 프로그램의 상징이다. 전국과 해외 각국에서 모여든 1만여 명의 참가자들이 각자가 써온 가사로 프로듀서들에게 심사받는다. 이미 프로로 데뷔했다가 재기를 위해 예선에 참가하는 이들도 있는데, 자기 후배뻘인 심사위원에게 랩을 한번 들려주기 위해서 몇 시간이고 그저 기다린다. 본선에 들어간 이들은 서로 팀을 맺거나 개별전을 펼치며 억대 우승 상금을 향해 달려간다. 상대방을 랩으로 비판·비난하는 '디스(diss)전'에서는 인신공격이 난무해 마치 이종 격투기를 보는 듯 잔인하다는 평가다.
이번 시즌에서 일부 출연자는 사생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고 이런 논란 자체가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출연진이 참여한 첫 음원 미션곡의 인기가 이를 방증한다. 발매 즉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점령했다. 특히 6일 멜론 일간 1위를 차지한 '굿데이'는 현재(16일 오후 2시)까지도 실시간 차트 5위에 랭크돼 있다. 같은 시간 발라드 절대 지존 임창정의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6위), 바이브의 '가을 타나 봐'(7위), 로이킴 '우리 그만하자'(9위)보다도 위에 있는 것이니 그 인기를 짐작해 볼 만하다. '쇼미더머니'의 인기에 고무된 엠넷은 지난해 '고등래퍼'를 론칭했으며 올해 시즌2에서는 김하온이라는 차세대 힙합 스타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김반야 대중음악평론가는 "국내 힙합 강세는 '쇼미더머니' 류의 힙합 예능을 통해 새로운 스타가 계속 배출된 게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777`에서 참가자 루피(오른쪽)가 슈퍼비(왼쪽)와 랩배틀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CJ ENM]
힙합의 인기는 타 장르 침체와 대비돼서 더 주목된다. 국내 양대 록 페스티벌이었던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은 올해 열리지 않았다. 재즈 축제인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정부 보조금 횡령 등을 이유로 개최 직전까지 축소 운영을 고려했다. 반면 2014년부터 '랩비트쇼'란 이름으로 열렸던 컬쳐띵크 주최 힙합 페스티벌은 올해 명칭을 '랩 비트 페스티벌'으로 바꾸고, 개최지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확장했다. 기획사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총 3만5000여 명의 관객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니뮤직은 올해 처음으로 '지니뮤직페스티벌'을 개최했다.'서울재즈페스티벌(서재페)'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등 명맥을 유지하는 비(非)힙합 페스티벌에서 힙합 뮤지션이 차지하는 공간도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서재페'에서는 에픽하이, 크러쉬를, '펜타포트'에서는 김하온, 마이크로닷, 키썸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아울러 공연, 음원 등 수익으로 수십억 원을 번다고 하는 도끼, 더콰이엇, 스윙스 등의 힙합 뮤지션이 늘어나면서 장르 간 빈부격차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힙합 인기는 한국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올해 미국 빌보드에서 비틀스, 마이클 잭슨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드레이크는 캐나다 출신 힙합 뮤지션이다. 한국 보이그룹 방탄소년단, 갓세븐, 몬스타엑스가 미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도 강한 힙합 색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병욱 대중음악평론가는 "힙합 음악은 여타 음악에 비해 직접 음악을 만드는 것에 대한 문턱이 훨씬 낮다"고 '쇼미더머니'를 필두로 한 한국 내 힙합 붐 원인을 풀이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실제 힙합의 특성과 상관없이 힙합을 생각과 감정, 에너지의 배설구로 활용한다"며 "앞으로도 한동안 힙합이 주류 소비 장르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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