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대가 쓴 가수 나훈아의 공연 후기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은 가운데 젊은 세대들이 아이돌 팬덤 못지않은 나훈아의 인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최근 '나훈아 콘서트를 본 25세 아가씨의 후기'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은 한 누리꾼이 지난달 말 열린 나훈아의 부산 지역 공연을 관람한 후 작성한 후기를 갈무리한 것이었다. 해당 후기는 나훈아 공연의 주 관객층인 50·60대 사이에서 20대의 관점으로 유쾌하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후기 작성자는 "다른 건 다 필요 없다 치더라도 이 세상 모든 아이돌과 연예인은 나훈아 콘서트를 꼭 봐야 한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왜 우리 엄마가 나훈아 일방통행(팬 활동)을 40년간 했는지 이해가 되다 못해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며 "나훈아가 노래를 부르며 우리 쪽으로 왔을 때 내 나이를 잊고 반쯤 일어나 손을 흔드는 추태를 부리고야 말았다"고 말해 누리꾼들을 폭소케 했다.
공연의 주 관객층인 50·60대의 뜨거운 열기도 묘사했다. 그는 "주변의 어머님들 목소리가 나보다 수억 배는 더 컸다"며 "제일 신기했던 건 나훈아가 분명히 '신곡 7곡'을 부를 거라고 했는데 다들 어디 가서 연습이라도 하셨는지 떼창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유발했다.
이어 20대 팬덤 문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응원 문화를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소리 지르고 박수 치고 손가락 하트 날리고 옆사람이랑 손 잡느라 야광봉 흔들 시간이 없다"며 응원 도구 없이 맨손으로 열띤 응원을 보내는 공연장의 색다른 분위기도 언급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나훈아의 공연 기획력도 극찬했다. 그는 "연출·기획 다 나훈아가 했다는데 무대 연출이 진짜 죽여줬다"며 "각설이 타령 부르면서 불 팡팡 쏘고 3000년을 산 마법사가 가지고 다닐 법한 나무 지팡이 짚으면서 내려오는데 말로 표현이 안 됐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또 "노래의 황제가 내려온 줄 알았다"며 "아마 내가 이성적인 성격이 아니었다면 그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탈춤을 췄을 것 같다"고 재치있는 소감을 덧붙였다.
나훈아 공식 팬사이트 '나사모'가 지난달 열린 나훈아 공연을 맞아 주문제작한 대형 현수막 [사진 = 스타투데이]
후기는 각종 20·30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됐고 글을 읽은 누리꾼들은 "살면서 한 번은 가봐야 할 것 같다" "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우리 부모님은 공연 다녀오시고 1년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하시더라" 등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후기 글이 퍼지자 한 커뮤니티에는 과거 나훈아가 공연 중 선보인 화려한 퍼포먼스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실제로 나훈아는 공연계에서 인정하는 막강한 팬덤의 소유자로 꼽힌다. 팬덤의 평균 연령층은 50·60대 중장년층이지만 그 문화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열광적이다. 16년째 활발한 팬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나훈아 공식 팬사이트 '나사모'는 회칙과 조직도 등이 체계적으로 정해져 있을 정도다.
단독 공연 예매 열기도 대학교의 수강신청과 해외 가수 내한 공연의 '피켓팅(피튀기는 티켓팅을 의미하는 신조어)'을 방불케 한다. 지난 9월 단독 공연 예매가 이뤄질 당시 동시접속자 수 가 최대 30만 명까지 몰려 서버가 마비됐으며 서울 지역 공연은 7분 만에, 대구와 부산 지역은 각각 10분·12분 만에 매진됐다. 단 세 곳 공연에서 4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예매가 끝난 이후에도 열기는 계속됐다. SNS상에는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는 글이 줄지어 올라왔으며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티켓의 가격이 30만~100만 원을 호가했다. 정상가의 10배나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어머니와 함께 나훈아 공연에 다녀온 대학생 A씨는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재밌고 흥겨워서 놀랐다"며 "내년에 또 공연을 한다면 티켓팅이 더욱 치열해질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대를 아우르는 나훈아의 인기를 두고 "부모님 세대가 나훈아의 음악을 즐겨 듣고 좋아해 예매를 도와주고 같이 공연을 가다 보니 젊은 세대들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의견을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